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게시된 영어 웹페이지 중 3분의 1 이상이 AI 저작의 통계적 흔적을 보인다는 새로운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2021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커먼크롤(Common Crawl) 아카이브에서 추출한 약 49만 개 페이지를 스캔했다.
퓨 연구진은 특정 표현을 찾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문장 구조와 단어 선택의 통계적 패턴을 분석해 AI 관여 여부를 판별하는 탐지 모델 오픈팬그램(Open Pangram)을 사용했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전체 데이터셋을 놓고 보면 약 10%의 페이지에서 뚜렷한 AI 저작 흔적이 나타났다. 하지만 챗GPT 공개 이후 게시된 페이지로만 좁히면 이 수치는 35%까지 뛰어오른다.
변화를 이끄는 것은 상업 웹페이지
이런 흐름은 상업용 도메인에 크게 쏠려 있다. .com 사이트의 페이지들은 .edu, .gov 도메인보다 무려 10배 높은 비율로 AI 저작 신호를 보였다. 반면 교육·정부 도메인은 챗GPT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후에도 여전히 1% 안팎에 머물렀다. 퓨 리서치는 AI 생성 산문과 결부되어온 문체적 특징들도 함께 추적했는데, 2023년 이후 em대시(—) 사용은 약 두 배로, 옥스퍼드 콤마 사용은 63% 늘었고 "delve", "testament" 같은 격식체 어휘 선택은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여기에 연구진이 "부정 병렬(negative parallelism)"이라 부르는 문형, 즉 "단순히 X가 아니라 Y다" 식의 구문도 거의 세 배로 늘었다.
다만 퓨 리서치는 자체 방법론의 한계도 신중하게 짚었다. 연구진이 밝힌 방법론 설명에 따르면 탐지 모델은 양방향 모두에서 페이지를 잘못 분류할 수 있으며, "뚜렷한 AI 저작 흔적"이라는 표현은 페이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기계로 작성됐다는 증명이 아니라 AI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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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SEO 스팸을 넘어서는 문제
암호화폐 업계 입장에서 AI 생성 웹 콘텐츠의 증가는 조금 더 구체적인 문제, 즉 AI 지원 사기와 맞물려 있다. TRM랩스는 AI발 암호화폐 범죄가 약 40% 늘었다고 보고했으며, 딥페이크를 활용한 사기는 2022년 대비 13배나 급증했다. 사기범들이 합성 음성·영상·텍스트를 이용해 거래소, 임원, 심지어 블록체인 조사관까지 사칭하며 가짜 토큰 증정 이벤트와 피싱 링크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출처 증명은 틈새 암호학 주제에서 활발한 제품 카테고리로 옮겨왔다. 콘텐츠 출처 및 진위 연합(Coalition for Content Provenance and Authenticity) 같은 표준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들은 미디어가 생성되는 순간 암호학적으로 서명하고 타임스탬프를 남겨, 독자들이 영상·이미지·기사가 실제로 주장된 계정에서 나온 것인지 검증할 수 있게 해준다. 암호화폐 플랫폼이 탈취 자금을 추적할 때 이미 쓰고 있는 온체인 검증 로직이, 이제는 조작된 콘텐츠의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는 데에도 그대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군비 경쟁
퓨 리서치의 데이터는 AI 저작 흐름이 정체기에 접어들기는커녕 여전히 가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콘텐츠가 사람이 쓴 것처럼 보이는 정도와 실제로 사람이 쓴 정도 사이의 간극은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 임원부터 온체인 조사관까지 사칭하는 딥페이크 사기와 이미 씨름 중인 업계로서는, 새로운 글의 3분의 1이 AI의 흔적을 담고 있는 웹 환경이 독자와 투자자에게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려줄 출처 증명 도구의 중요성을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