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들이 보유한 투자증권의 미실현 손실이 2026년 1분기 말 기준 3,251억 달러로 집계됐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분기별 은행 현황 보고서에 따른 수치로, 2025년 말 3,061억 달러까지 줄어들며 4분기 연속 이어지던 개선세가 이번에 꺾였다.
이번 반전의 배경은 금리다.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1분기 첫 두 달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3월 들어 상승했고, 이는 은행들이 보유한 모기지담보증권(MBS)의 시장가치를 끌어내리며 매입가와 현재 가치 사이 격차를 벌려놓았다.
손실은 어디에 몰려 있나
FDIC 집계에 따르면 전체 손실 중 2,145억 달러는 만기보유 포트폴리오에, 1,106억 달러는 매도가능증권에 각각 걸려 있다. 이 구분은 실제 은행 재무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다. 매도가능증권과 달리 만기보유 손실은 보고된 자기자본에 반영할 필요가 없는데, 은행들이 해당 증권을 만기까지 보유해 액면가로 상환받을 의도이자 대체로 그렇게 해야 하는 의무를 지기 때문에, 손실을 확정 짓고 매도할 필요가 없어서다.
미실현 손실이 늘었음에도 FDIC는 은행업계 전체가 이번 분기 800억5,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전분기 대비 28억 달러, 3.6% 증가한 수치이며 총자산이익률(ROA)은 1.26%였다. FDIC는 증권 손실에도 업계 전반의 자본과 유동성 수준이 대출을 계속 뒷받침할 만큼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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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의 재현, 그러나 판돈은 다르다
이런 유형의 미실현 손실이 시장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건 2023년 초였다. 당시 일부 지역은행이 잇따라 파산하며, 장기 채권 포트폴리오의 장부상 손실이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증권을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얼마나 빠르게 실질적인 유동성 문제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FDIC는 은행이 매각을 강요받지 않는 한 이 손실은 어디까지나 미실현 상태로 남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국채와 MBS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은행은 중간에 가격이 아무리 출렁여도 결국 원금 전액을 회수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4분기 연속 개선 흐름 끝에 다시 손실 규모가 커졌다는 사실은, 금리발 증권 손실에 대한 업계의 노출이 해소된 게 아니라 관리되고 있을 뿐이며 장기금리의 추가 움직임에 여전히 민감하다는 점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