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가 회사 역사상 가장 큰 현금 곳간을 마침내 풀기 시작했다. 14개 분기 연속 주식을 순매도하며 현금 보유액을 사상 최대인 3974억 달러까지 쌓아온 이 회사는, 2026년 2분기 들어 방향을 틀어 약 198억 달러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순매수자로 돌아섰다. 같은 분기 순이익은 256억7000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버크셔는 자사주 매입에도 속도를 냈다. 이번 분기 약 45억 달러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였는데, 이는 워런 버핏에게서 경영권을 넘겨받아 올해 초 취임한 그레그 에이블 CEO 체제에서 두 번째로 진행된 자사주 매입이다. 주식 순매수와 자사주 매입을 합치면서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3개월 전 정점이었던 3974억 달러에서 6월 말 기준 3655억 달러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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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경영에서 물러난 뒤에도 여전히 종목을 고른다

이번 분기에서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따로 있다. 버핏이 한 인터뷰에서, 버크셔가 알파벳에 취한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에이블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결정한 자리였다고 밝힌 것이다. 버핏은 최종 승인 권한은 에이블에게 있었고, 두 사람이 긴밀하게 소통하며 서로의 움직임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EO 교체가 이뤄졌다고 해서 자본 배분에 대한 버핏의 영향력이 사라진 건 아니라는, 다만 일상적인 의사결정은 갈수록 에이블을 거쳐 이뤄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점이 중요한 이유

버크셔가 순매도에서 순매수로 돌아선 시점은 공교롭게도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고, 7월 고용지표 부진 이후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 경로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때와 겹친다. 매력적인 투자처가 보이지 않을 때는 현금을 쌓아두기로 유명한 회사가, 사상 최고가 근방의 시장에서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자금을 주식에 밀어 넣기로 한 결정은 투자자들이 예민하게 지켜볼 만한 신호다. 다만 버크셔 스스로는 분기 한 번의 움직임에 지나친 방향성을 부여하지 말라고 늘 경계해왔다는 점도 함께 짚어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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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F 공시가 나머지 퍼즐을 채울 것

이번 분기 순매수의 구체적인 종목 내역을 담은 버크셔의 공식 13F 공시는 8월 14일에 나온다. 이번 매수 소식이 보도된 지 닷새 뒤다. 버크셔는 의무 공시 시점 전까지 선택적으로만 정보를 흘리는 패턴을 보여온 만큼, 버핏이 이미 확인해 준 알파벳 포지션을 제외하면 198억 달러가 정확히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전체 그림은 13F가 나올 때까지 미완성으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