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셀리그 CFTC 위원장이 의회에 경고장을 던졌다. CLARITY법이 계속 표류한다면, 자신이 이끄는 CFTC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암호화폐 시장 규정을 쓰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8월 20일 CFTC 첫 혁신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셀리그는 CFTC 직원들에게 새로운 "암호화폐 자산 시장" 카테고리를 성문화하는 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기존 지정계약시장(DCM) 체계를 모델로 삼되, 의회의 새 권한 부여 없이 CFTC가 이미 보유한 권한만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셀리그는 이번 움직임을 입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백업 장치로 규정했다. CLARITY법 통과가 여전히 가장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 규정 마련 경로라는 점은 그도 인정한다. 하지만 기관이 독자 행동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회가 제때 움직일 것이라는 규제 당국의 신뢰가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보여준다.
5월 이후 급락한 통과 확률
이런 불신은 숫자로도 뒷받침된다. 갤럭시 리서치가 집계한 CLARITY법의 올해 통과 확률은 5월 상원 은행위원회를 15대 9로 통과한 직후 75%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60%, 50%로 내려앉았고 7월 말 통합 법안 텍스트가 공개된 뒤엔 30%까지 떨어졌다. 8월 중순에는 갤럭시가 이 전망치를 단 10%로 다시 낮췄다. 미해결 상태인 정부 윤리 합의, 은행권 로비 이후 약해진 공화당 지지, 그리고 연말까지 실제로 쓸 수 있는 본회의 처리 시간이 2~3주에 불과한 상원 일정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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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날짜는 9월 15일
다음 분수령은 9월 15일로 예정된 상원 토론종결(cloture) 표결이다. 이는 본회의 표결 자체가 아니라 본회의 토론을 시작하려면 필요한 60표를 확보하는 절차적 관문이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이 문턱을 넘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예측하며, 업계가 마주한 선택을 "어떤 식으로든 결국 명확해질 것"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상원에서 CLARITY법이 통과되든, 아니면 CFTC와 SEC가 각자 자체 규정 제정에 나서든 결과는 나온다는 것이다. 암스트롱은 이미 대부분의 G20 국가가 암호화폐 거래를 직접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미국이 여전히 각 기관의 개별 가이드라인에 의존하는 현재 방식이 주요 경제국 중에서는 "명백한 예외"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백업 장치가 판을 바꾸는 이유
업계는 수년간 성문법에 의한 명확성을 요구해왔다. 행정 지침은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CFTC가 직접 쓴 규정은 의회 입법보다는 분명 약한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지난 10년 가까이 미국 암호화폐 규제를 지배해온 '선(先) 집행 후(後) 규정' 기조에서 벗어나는 상당한 전환이기도 하다. 이 백업 장치가 실제로 가동될지는 불과 3주 앞으로 다가온 단 한 번의 절차적 표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