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트레이딩 기업 GSR에서 마켓 부문을 이끄는 스펜서 할런은 최근 크립토 가격 하락이 크립토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자금이 인공지능(AI) 쪽으로 쏠리고 있는 현상과 관련이 크다고 말했다. 그의 시각에 따르면 대형 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 자금을 마련하려 주식을 발행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디지털 자산에서 빠져나가고 있고, 진짜 크립토 강세장이 오려면 이런 흐름이 가라앉으면서 동시에 연방준비제도의 실제 금리 인하도 뒤따라야 한다.

이런 해석은 최근 크립토의 약세를 자산군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라기보다, 시장 전반에서 한계 투자 자금이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에 따른 부수적 결과로 본다.

GSR: Crypto's Next Bull Run Needs Cooling AI Capex and Fed C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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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쏠리는 자금의 규모

할런이 말하는 자금 흡수 현상은 규모 자체가 압도적이다. 미국 5대 하이퍼스케일러만 놓고 봐도 아직 착수조차 하지 않은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 규모가 6,62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대차대조표에 전혀 잡히지 않는 금액이다 — 포춘이 보도한 무디스 레이팅스 분석에 따른 수치다. 골드만삭스는 별도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총 설비투자가 1조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이전 3년간 지출한 4,770억 달러의 두 배가 훌쩍 넘는 수준이다. 이 정도로 집중된 자본 지출 사이클은 기업 역사를 통틀어서도 손꼽힐 규모이며,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위험자산 전반의 심리가 우호적인 날에도 크립토가 랠리를 이어가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시기와 겹친다.

금리 인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이유

할런의 발언은 올해 시장 해설을 지배해온 “금리 인하가 곧 크립토 랠리”라는 단순한 서사보다 훨씬 복잡한 그림을 시사한다. 연준의 9월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이 90%에 가깝게 반영된 상황에서도, 자금이 위험자산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고 AI 관련 주식으로만 계속 우선적으로 모이면 통화 완화가 크립토에 주는 힘은 예상보다 약할 수 있다 — 실제로 이번 주 초 아시아 증시와 유가가 반등하는 와중에도 비트코인이 소형 토큰들에 밀리는 모습에서 이미 이런 흐름이 감지됐다. 연준의 완화 사이클을 앞두고 자동으로 크립토에 훈풍이 불 것이라 기대하며 포지션을 잡으려는 이들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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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할런의 논리가 현실화되려면 AI 설비투자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거나, 크립토가 AI 트레이드와 무관하게 새로운 자금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2026년 들어 지금까지는 둘 다 쉽지 않았다. 둘 중 하나가 바뀌기 전까지는 거시 환경이 명목상 우호적으로 돌아서더라도 크립토는 위험 선호의 1차 목적지가 아니라 2차 수혜자 정도의 위치에 계속 머물 수 있다는 게 GSR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