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핵심 걸프 동맹국 5개국 사이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는 아랍권과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정부가 이란과의 갈등을 다루는 행정부의 방식에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 걸프 당국자는 “전쟁을 시작한 건 트럼프인데, 대가는 우리가 치르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불만의 핵심은 당국자들이 “변덕스럽다”고 표현하는 패턴이다. 행정부가 이란에 위협을 가했다가, 협상 진전을 이유로 물러서기를 반복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평화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긴장 완화를 목표로 지난 6월 체결된 양해각서(MOU)도 걸프 국가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보는 두 가지, 즉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대리세력 네트워크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는 미군 기지 존속 여부까지 논의 테이블에
대규모 미군 시설을 유치하고 있는 카타르와 바레인에서는 이 기지들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당국자들 사이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랫동안 워싱턴의 가장 믿음직한 지역 파트너로 꼽혀온 두 정부로서는 이례적인 변화다. 이 우려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과 해수담수화 플랜트가 이미 이번 갈등과 관련된 이란의 보복 공격 표적이 된 적이 있어, 이들 정부로선 미군 작전과의 밀착이 초래하는 안보상 득실을 재평가할 직접적 유인이 생긴 셈이다.
경제적 파장도 안보 문제를 넘어선다. ‘사막의 다보스’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투자 행사,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컨퍼런스가 10월로 예정된 가운데, 관계 악화 여파로 국제 참여 규모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곳에서 안전판을 찾는 걸프 국가들
이런 불만과 맞물려 걸프 국가들은 안보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8월 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파키스탄이 상호방위협정인 ‘메카 공동방위협정’에 서명했다. 서명국 중 한 곳이 공격받으면 세 나라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협정이다. 2026년 글로벌 파이어파워 지수에 따르면 세 나라를 합치면 현역 군인만 약 140만 명, 항공기 3400대 이상, 전차 약 6000대에 달한다. 파키스탄의 핵전력과 튀르키예의 나토 회원국 지위까지 포함하는 상당한 대안적 안보 우산을 리야드가 확보한 셈이다.
이번 사태가 워싱턴과의 공식적인 결별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걸프 당국자들도 미국과의 관계가 여전히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해결되지 않은 이란 갈등, 미군 주둔 축소에 대한 공개적 논의, 새로운 역내 방위협정이 겹치면서 미국의 전통적인 걸프 파트너들이 더는 미국의 안보 보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향후 유가 시장과 지역 안정,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