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TF 업계가 2026년 연간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이미 약 900개의 신규 펀드가 출시됐고, 현재 속도가 유지된다면 연간 총 출시 수는 1470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5년 기존 최고치였던 1050개를 여유 있게 넘어서는 수치다. 그러나 발행사들이 신상품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펀드는 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26년 상당 기간 순유출을 기록한 것이다.
올해 신규 출시된 900개 펀드 중 약 3분의 1인 300개가량이 레버리지 상품이다. 2025년 한 해 200개, 2024년 50개에도 못 미쳤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2026년 출시된 ETF의 절반 이상은 단순히 주식이나 채권 바스켓을 그대로 보유하는 대신 옵션, 스왑, 선물 같은 파생상품 구조에 기대고 있다.
크립토 펀드, 이 흐름을 놓치다
크립토 ETF와의 대비는 뚜렷하다. 비트코인 펀드는 올해 들어 87억6000만 달러가 빠져나간 반면 유입은 39억3000만 달러에 그쳐, 순유출 폭이 크게 벌어진 상태다. 이더리움 펀드는 상대적으로 더 부진했다. 22억5000만 달러가 빠져나가는 동안 유입은 겨우 964만 달러에 그쳤다.
최근 들어 반전 조짐도 보인다. 파사이드 인베스터스가 집계한 일별 자금흐름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ETF를 합쳐 지난 한 주 동안 약 11억 달러가 유입됐고, 이 가운데 약 80%를 블랙록의 IBIT가 흡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한 주간의 유입만으로는 올해 누적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유출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레버리지 위주로 흘러가는 출시 사이클
이번 ETF 붐을 이끈 건 단순 인덱스 펀드보다는 갈수록 투기적인 성격이 짙어지는 상품 구조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2024년 말 이후 두 배 넘게 늘었고, 2026년 상반기까지 출시된 신규 상품의 거의 4분의 1이 레버리지 단일종목 펀드였다. 2025년 약 5분의 1, 2024년 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레버리지 펀드가 매일 익스포저를 재조정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규제당국은 이를 과도한 위험을 내포한 흐름으로 지적해왔다.
다만 이런 위험 선호 심리가 지속적인 크립토 ETF 수요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비트코인과 이더 자체는 여전히 폭넓게 보유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발행사들은 새로운 레버리지·테마형 상품을 빠르게 계속 출원하고 있지만, 2026년 들어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투자자들은 새로운 레버리지 베팅을 디지털자산 상품보다는 주식이나 다른 자산군 쪽으로 향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립토 펀드가 이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는 지난주의 유입 반등이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연속적인 플러스 주간이 이어진다면 심리 전환의 진짜 신호가 될 수 있지만, 한 발행사의 대표 상품 하나가 이끈 단 한 주의 유입은 근거가 얇은 신호에 가깝다. 연초 이후 누적된 격차가 여전히 큰 만큼, 크립토 ETF는 2026년 나머지 출시 붐을 여전히 뒤쫓고 있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