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화감독청(OCC)이 월드리버티 트러스트 컴퍼니(내셔널 어소시에이션)에 전국신탁은행으로 조직될 수 있는 예비 조건부 승인을 내줬다. 이로써 트럼프 일가와 연관된 이 벤처는 자사 스테이블코인 USD1의 직접 발행과 준비금 관리를 넘겨받을 위치에 서게 됐다. 8월 14일자로 나온 이번 승인은 OCC의 기업결정문 제1385호에 상세히 담겨 있는데, 문서는 “귀사의 제안이 특정 규제 및 정책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해 인가 신청에 대한 예비 조건부 승인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플로리다주 베이하버아일랜즈에 본점을 둘 예정인 이 은행은 초기에는 예금을 받지 않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으며, 연준 마스터계좌도 신청하지 않는다. 전년 제정된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인 GENIUS법을 준수해야 하고 최소 2000만 달러의 자본을 유지해야 한다. 월드리버티 트러스트 컴퍼니는 영업 개시 전 OCC가 요구하는 사전 조건들을 충족할 18개월의 시간이 있으며, OCC는 그 이전 어느 시점에든 이번 조건부 승인을 수정, 정지 또는 철회할 권한을 유지한다.
비트고, 발행 업무 손 떼나
현재 USD1은 비트고가 단독으로 발행하고 커스터디를 맡고 있다. 비트고 자신도 2025년 12월 OCC로부터 조건부 전국신탁은행 인가를 받은 바 있는데, 당시 리플, 서클,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 팍소스와 함께 승인된 5개 업체 중 하나였다. 월드리버티 트러스트 컴퍼니가 영업을 시작하면 비트고의 역할을 그대로 넘겨받게 되고, 유통량이 약 40억 달러까지 불어나 달러 연동 토큰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USD1의 준비금 통제권을 월드리버티가 쥐게 된다.
이번 신청서에는 재커리 위트코프가 신설 신탁은행의 조직책임자 겸 이사, 대표로 명시돼 있고, 에릭 트럼프는 투자 참여 법인 중 한 곳을 위한 소극적 참여 서약서에 서명했다. OCC는 트럼프 일가와 이 벤처, 그리고 관련 에미리트 투자자들 간의 관계를 둘러싸고 의견 제출자들이 제기한 이해상충 우려를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그런 우려는 “심사 범위 밖”이라고 판단했다.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인가 획득 흐름
월드리버티의 이번 승인은 같은 연방 신탁 구조를 추구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의 흐름 속에서 나왔다. 서클은 2026년 7월 서클 내셔널 트러스트 운영을 위한 최종 OCC 승인을 받아, 유통량이 730억 달러를 넘는 USDC 준비금에 대한 직접 통제권을 확보했다. 팍소스는 새로 시작하는 대신 기존 뉴욕주 신탁 인가를 전환하는 방식을 택해, 주 단위로 흩어진 인가 대신 단일 연방 체계를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 일가가 이 벤처에 직접적인 금전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OCC가 행정부 산하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승인은 정치적 비판도 불러일으켰다. 상원 은행위원회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간사는 이를 두고 “우리 금융시스템이 목격한 가장 노골적인 이해상충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이 월드리버티의 최종 승인 절차를 지연시킬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18개월의 영업 개시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USD1은 당분간 비트고의 커스터디 아래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