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에 대한 자신감이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 더코베이시레터(The Kobeissi Letter)가 공개한 설문 데이터에 따르면, 앞으로 1년간 자신의 소득이 물가 상승 속도를 앞지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미국 소비자는 전체의 8%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2년 새 가장 낮은 수치로, 2024년 11월 이후 10%포인트나 떨어진 결과다.
문제는 이런 비관론이 인플레이션 기대치 하락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 국면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심리조사(Surveys of Consumers)를 보면,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 기대치는 7월 4.2%에서 8월 4.3%로 올라섰다. 이는 이란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월의 3.4%는 물론 2024년 한 해 어떤 수치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다만 5~10년 장기 물가 전망치는 석 달 연속 3.3%로 유지되고 있어, 단기적인 비관론이 아직 먼 미래에 대한 기대치까지는 번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독 더 크게 흔들리는 계층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고령층, 저소득 가구, 대학을 나오지 않은 소비자층에서 자신감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이들이 저축이나 투자 소득으로 생활비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어 구매력 침식에 더 취약한 집단이라고 설명한다. 동시에 응답자의 약 20%는 전반적인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는데, 이는 소득과 물가 사이의 격차가 모든 계층에 균등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올해 X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의 소비자 신뢰도가 다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별도 설문 결과와도 맞닿아 있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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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시장의 엇갈린 온도차
이처럼 소비자 심리가 가라앉는 사이에도 주식시장은 장기간 주간 자금 유입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장기 국채 금리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투자자들은 성장과 금리 전망에 베팅하며 포지션을 늘려가는 반면, 정작 일반 가계는 자신의 소득이 생활비 상승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를 놓고 갈수록 불안해하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연준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
소비자들의 물가 기대치는 연준이 가장 예민하게 지켜보는 행동 변수와 직결된다. 가계가 물가 상승이 소득 증가 속도를 계속 앞지를 것이라 예상하면 지출을 줄이거나 임금 인상을 더 강하게 요구하게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더 끈질기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주 연준 회의록 공개를 앞둔 시점에 소득 대비 물가 자신감이 이렇게 약하게 나온 것은, 정책 입안자들이 같은 기간 발표될 고용 지표와 물가 데이터와 함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또 하나의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