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승인을 받은 양자내성 전자서명 방식 두 가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팅 위협을 먼 미래의 이론적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실제로 이행 가능한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한 몇 안 되는 주요 레이어1 블록체인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행보다.

이번 설계의 핵심은 기존 계정도 이미 갖고 있는 복구 구문에서 바로 양자에 안전한 키를 파생해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이가 이미 도입해둔 '주소 별칭(address alias)' 기능을 활용한 방식이다. 이 메커니즘을 쓰면 계정은 원래 주소와 거기 딸린 모든 자산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인증 키만 양자내성 키로 갱신할 수 있다. 완전히 새로운 주소로 자금을 옮겨야 하는, 훨씬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Sui Adopts Post-Quantum Signatures, Lets Existing Wallets Upgrade in Place
Image via @MSBIntel on X

강제 이전도, 새 복구 구문도 필요 없다

새 방식에서는 ML-DSA-65 개인키가 32바이트 시드로 생성된다. 지금 지갑들이 이미 저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크기다. 이 시드는 새로 마련된 표준 파생 경로를 통해 기존 복구 구문에서 그대로 뽑아낸다. 실제로는 지갑을 백업하고 복원하는 방식이 지금과 똑같다는 뜻이다.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이용자라도 강제 이전이나 비용이 큰 전면적인 자산 이동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대가는 크기다. 양자내성 서명과 공개키는 지금 쓰이는 Ed25519 키 쌍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트랜잭션 하나당 차지하는 용량이 늘어난다. 수이의 접근 방식은 이 트레이드오프를 의무가 아니라 선택 사항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용자들이 저마다의 일정에 맞춰 추가되는 트랜잭션 부담과 보안상 이점을 스스로 저울질할 수 있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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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반이 마주한 과제

양자 컴퓨팅 연구가 진전되면서, 양자 내성은 이제 암호학계 안의 소소한 논의를 넘어 블록체인 설계에서 주류로 다뤄지는 고려사항이 됐다. 관망하는 태도보다는 신뢰할 만한 업그레이드 경로를 실제로 보여줄 것이 점점 더 요구되는 분위기다. 이번 행보는 올해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지갑 차원의 보안이 한층 더 도마 위에 오른 시점과도 맞물린다. 정교한 공격자가 암호학적 약점 하나를 찾아내 대규모로 악용했을 때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그간의 사건들이 보여준 바 있다.

수이는 하드포크나 자산 이전 대신 기존 복구 구문을 중심으로 업그레이드를 설계했다. 마찰이 적은 경로를 제시할수록, 위협이 실제로 급박해지기 전에 더 많은 이용자가 양자 안전 키를 미리 채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