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로 무장한 공격자들이 오픈소스 지갑 소프트웨어의 보안 결함을 먼저 찾아내기 전에, 이를 앞질러 잡아내려는 자원봉사 비트코인 개발자 20~25명 규모의 그룹이 있다. '비트코인 레드팀'으로 불리는 이 조직은 앵커워치(AnchorWatch)의 CEO 롭 해밀턴이 콜드카드 에어갭 지갑 익스플로잇 사태 이후 비트코인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훑어보기 시작하면서 결성됐다. 이 사태는 7월부터 사용자들의 자금 1억 3,000만 달러 이상을 빼돌린 사건이다.

익명으로 활동하는 팀원 칼레(Calle)는 이 그룹이 요청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스캔을 받고 싶다는 프로젝트들의 요청도 많이 들어오지만, 우리는 선제적으로 움직인다. 자체적으로 이미 훑어본 것만으로도 주요 오픈소스 생태계 거의 전체를 커버했다.”

팀에는 칼레, 스투(Stu), 탈립(Talip), 더심플키드(thesimplekid) 같은 익명 참여자들과 벤 카멘, 다니엘라 브로초니, 제임스 오베른, 브루노 가르시아 등 실명을 공개한 개발자들이 함께한다. 8월 초 기준으로 이 그룹은 스캔 작업에 AI 서비스 비용으로 약 2만 달러를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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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이 된 콜드카드 익스플로잇

이 그룹을 결성하게 만든 익스플로잇은 2021년부터 존재했던 펌웨어 버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콜드카드의 시드 생성 과정이 조용히 기기 전용 하드웨어 난수생성기 대신 야스마랑(Yasmarang)이라는 소프트웨어 대체 알고리즘을 거치도록 바뀌었는데, 이 알고리즘은 원래 난수 생성 칩이 아예 없는 기기용으로만 쓰이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이 실수 때문에 일부 지갑 시드의 유효 엔트로피가 128비트에서 약 40비트로 줄어들었고, 그만큼 개인키를 암호학적으로 안전하다고 보기 어려운, 추측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버렸다.

공격자들은 7월부터 이 결함을 노리기 시작해, 첫 공격 물결에서는 2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지갑 약 500곳에서 594 BTC(당시 시세로 약 3,800만 달러)를 빼돌렸다. 8월 중순 기준으로는 최소 12개의 서로 다른 공격 세력이 관여한 확인된 피해액이 1억 3,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콜드카드 개발사 코인카이트(Coinkite)는 이후 펌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해, 새 시드를 생성할 때 하드웨어 난수와 함께 키 입력·주사위·동전 던지기 같은 방식으로 사용자가 직접 엔트로피를 제공하도록 했으며, 기존 방식으로 생성된 시드는 모두 폐기하고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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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위협 모델을 바꾸는 이유

칼레가 강조하는 경고의 핵심은 새로움이 아니라 접근성이다. 콜드카드 익스플로잇 자체는 상당한 기술 지식을 요구했지만, 이제는 AI 도구 덕분에 그만한 실력이 없는 공격자도 똑같은 작업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익스플로잇이라면 AI 없이는 할 줄 몰랐던 사람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칼레는 팀이 계속 찾아내는 취약점들이 비트코인 코어 프로토콜 자체가 아니라 그 위에 얹힌 애플리케이션과 지갑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트코인 자체에 대한 신뢰와, 그 위에 지어진 개별 제품에 대한 신뢰를 사용자가 얼마나 구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칼레가 보안 스캔에 미국 AI 모델보다 중국 AI 모델을 선호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그는 이 격차를 “비교가 안 될 정도”라고 표현하면서, 미국 모델들은 방어 목적의 테스트라 해도 공격적 사이버보안 테스트에 쓰이는 걸 제한하는 가드레일을 두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지키려고 뛰는 개발자들이, 방향만 반대일 뿐 공격자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부류의 도구를 활용하고 있는 다소 역설적인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