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체인 보안업체 스캠 스니퍼(Scam Sniffer)가 'TLBL'로 추적해온 한 크립토 고래가 15분도 안 되는 사이 지갑 세 곳에서 2600만 달러 이상을 털렸다. 조사팀은 이번 사건을 개인키 탈취로 보고 있으며, 도난당한 자산은 곧바로 DAI와 ETH로 전환됐다. 온체인 모니터링 업체 룩온체인(Lookonchain)이 실시간으로 이 인출을 포착했는데, 해당 계정은 약 2년 전에도 피싱 공격으로 2400만 달러를 잃은 이력이 있다.

이번 사건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같은 대상이 두 번째로 당했다는 점이다. 2023년 피싱 사고 당시 공격자는 훔친 자금의 약 90%를 돌려줬다. 크립토 피싱 사건에서 종종 나타나는 제스처로, 해커 나름의 손익 계산 때문인지 아니면 물밑 협상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고래는 노출됐던 바로 그 키를 계속 사용했고, 새 지갑으로 자산을 옮기지 않았다. 이 선택이 결국 더 큰 규모의 두 번째 침해로 이어진 문을 열어둔 셈이다.

Whale Loses $26M in Private Key Breach, Two Years After a $24M Phishing Hit
Image via @lookonchain on X

서명 실수가 아니라 키 자체가 뚫렸다

조사관들은 공격 경로를 좁혀주는 단서 하나를 짚었다. 털린 지갑 세 곳 중 한 곳은 토큰 승인(approval)을 단 한 번도 내준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피해자가 자신도 모르게 악성 승인 트랜잭션에 서명하는, 흔한 형태의 서명 피싱 가능성을 배제한다. 승인 기록이 아예 없다는 건 공격자가 개인키 자체를 손에 넣었다는 뜻이다. 속아서 서명한 게 아니라 키가 통째로 노출된, 더 심각하고 탐지하기도 어려운 유형의 침해다. 아컴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가 추적한 온체인 데이터에는 두 사건에 걸친 이 계정의 거래 내역 전체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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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전문가들이 계속 경고해온 패턴

이번 사례는 지갑 보안을 둘러싼 더 큰 흐름과 맞닿아 있다. 키가 한 번 노출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새로 생성한 지갑으로 자산을 전부 옮기지 않는 한 몇 년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서 다시 공격당할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보유 자산 규모가 큰 고래일수록 이 교훈의 대가는 더 크다. 이번 인출액은 공격자가 지난번에 돌려준 몫을 훌쩍 뛰어넘고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