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홀딩스와 BAM트레이딩서비스, 창펑자오 창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낸 크립토 절도 피해자 8명이 비공개 중재가 아니라 연방법원에서 사건을 다투게 됐다. 제11순회항소법원이 8월 19일 특별영장(mandamus)을 발부해 하급심에 중재 명령을 취소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원고들은 조직범죄처벌법(RICO) 위반과 바이낸스의 자금세탁방지 컴플라이언스 실패를 주장하고 있으며, 도난당한 뒤 거래소를 거쳐 흘러간 자금이 그 근거다. 이 사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원고 8명 중 누구도 바이낸스 계좌를 개설한 적이 없다는 점인데, 이것이 결국 이번 항소심의 쟁점이 됐다.
중재 명령이 뒤집힌 이유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은 지난 3월 16일 바이낸스 이용약관을 근거로 중재를 강제했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계약에 서명한 적조차 없는 비회원에게 중재 조항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고, 원심이 소장 내용을 잘못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논리는 크립토 관련 소송 전반에서 나타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법원들은 거래소가 자신의 이용약관을 아예 고객이었던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확장 적용하려는 시도에 점점 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올해 규제당국과 플랫폼을 상대로 한 크립토 업계 소송 곳곳에서 반복돼온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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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이 결정하지 않은 것
이번 영장은 범위가 좁다. 바이낸스의 법적 책임 여부를 가리지도, RICO 위반이 실제 있었는지를 확정하지도 않으며, 자금세탁방지 관련 청구를 매듭짓거나 손해배상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 판결이 하는 일은 사건을 다시 연방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내 본안 심리를 진행하도록 한 것뿐이다. 다만 그 덕분에 원고들은 중재였다면 얻지 못했을 증거개시 절차와 공개 기록이라는 무기를 손에 넣게 됐다.
거래소들이 짊어질 부담
이번 판결은 미국 규제당국이 업계에 한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흐름과 맞물려 나왔다. SEC의 마크 유예다 위원은 이 변화가 전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크립토를 미국 밖으로 밀어내려 했던 전략에서 벗어나려는 현 위원회의 시도라고 짚은 바 있다. 그러나 연방 차원의 단속이 느슨해진다고 해서 거래소가 민사소송에서까지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다. 이번 판결은 특히 계좌를 개설한 적 없는 사람들이 중재가 아니라 공개 법정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른 순회법원들도 조만간 비슷한 쟁점을 마주할 가능성이 크고, 강제중재를 배척하는 판결이 쌓일수록 바이낸스를 비롯해 절도나 자금세탁 방조 혐의를 받는 다른 플랫폼들의 증거개시·소송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본안 청구가 최종적으로 인정되는지와는 별개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