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여름 휴회를 앞두고 CLARITY 법안의 처리 시한이 촉박해지면서, 미국 암호화폐 정책을 좌우하는 핵심 인사 두 명이 이번 주 법안이 끝내 통과되지 못할 경우를 놓고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a16z crypto를 이끄는 크리스 딕슨은 8월 1일, 미국에 디지털 자산을 위한 명확한 연방 규제 체계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공백이 FTX 붕괴를 불러온 것과 같은 종류의 위험을 시장에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고 봤다 — 커스터디와 거래소 운영을 둘러싼 규정이 없었기에 리스크가 별다른 견제 없이 쌓이다 결국 터진 것이 FTX 사태였다는 것이다.
며칠 뒤에는 규제 당국 쪽에서 CFTC의 마이크 셀리그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CLARITY 법안이 끝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위원회는 암호화폐 관련 규정 제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셀리그는 이미 지난 7월 의회가 포괄적인 입법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결국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규정을 “직접 다 써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 이번 발언은 CFTC가 더는 의회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법안은 실제로 어디까지 와 있나
정식 명칭이 디지털자산시장명확화법(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인 CLARITY 법안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감독 권한을 SEC와 CFTC로 나누고, 거래소·토큰 발행사·일부 DeFi 플랫폼에 적용될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원은 이미 통과했고, 상원 은행위원회도 지난 5월 정식 마크업을 거쳐 15대 9로 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8월 초 현재까지 본회의 표결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고, 6월 1일부로 표결 요건을 공식적으로 갖췄음에도 토론종결동의안(cloture motion)조차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불법 자금 관련 조항, 농업 관련 쟁점, 그리고 고위 공직자가 암호화폐 산업으로 사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막는 윤리 조항은 여전히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번 회기를 놓치면 포괄적 시장구조 법안 논의는 다음 의회로 넘어가게 되고, 현실적으로는 빨라야 2027년 중반에나 법제화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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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목적지, 서로 다른 두 갈래 길
딕슨과 셀리그의 발언은 방향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결론을 향한다. 딕슨은 지금의 공백이 제2의 FTX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의회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는 쪽이고, 셀리그는 의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CFTC가 그 공백을 스스로 메우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쪽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의회의 입법적 뒷받침 없이 CFTC 주도로만 이뤄지는 규정 제정은 적용 범위가 좁고, 이후 정권이 바뀌면 정식 법률보다 훨씬 쉽게 뒤집힐 수 있다. 결국 CLARITY 법안이 올해 통과되느냐, 아니면 2027년으로 밀리느냐의 문제는 단순한 절차상의 지연보다 훨씬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