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모두가 몰려드는 바로 그 시점에 고객들에게 헤지를 시작하라고 말하고 있다. BofA의 8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 따르면 운용자산 대비 현금비중은 3.5%로, 이 조사가 시작된 1998년 이후 여섯 번째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순주식 비중확대(net equity overweight)는 56%로 올라서며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사적으로 이런 조합은 랠리 지속보다는 조정을 앞두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BofA 자체 현금비중 모델은 4% 이하 수치를 역발상 매도 신호로 간주하는데, 전략가들은 이 신호가 이미 몇 주째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서베이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14개월 연속 주식 비중확대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고, 응답자의 43%는 경기 호황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22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Bank of America Turns Defensive as Fund Managers Hit 3.5% C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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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fA가 권고하는 대응은 군중이 선호하는 트레이드에서 벗어나는 명료한 로테이션이다. 채권 롱, 원자재 숏 포지션을 함께 취하고, 기술주보다 필수소비재를, 은행주보다 임의소비재를, 미국 주식보다 영국 주식을 담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금은 현재 환경에서 선호되는 방어 자산으로 별도로 언급됐다.

모두가 보면서도 아무도 피하지 않는 버블

이번 서베이는 펀드매니저들의 포지셔닝에서 나타나는 묘한 괴리를 포착하고 있다. 응답자의 32%는 AI 버블을 시장의 최대 꼬리 위험으로 꼽았고, 별도로 38%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가 다음번 시스템적 신용 이벤트의 가장 유력한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서베이 수치 자체를 보면 이들 펀드매니저는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까운 주식 익스포저를 유지하고 있다. 스스로 시장의 가장 큰 위험이라고 꼽은 바로 그 트레이드에 무겁게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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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주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축소판으로 나타난다. 매니저의 53%가 이 섹터에 롱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불과 한 달 전 82%에서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헤드라인 주식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AI 익스포저가 가장 큰 이 영역에서는 이미 일부 로테이션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주식시장을 넘어서는 이유

이번 서베이가 크립토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은 갈수록 BofA가 지금 과열됐다고 짚은 것과 같은 위험선호 신호를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기관 투자자들은 최근 리스크온 국면마다 비트코인 ETF로 자금을 실어왔다. 이는 지금 BofA가 권고하는 방식의 로테이션, 즉 붐비는 고베타 포지션에서 채권과 금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진행될 경우 서베이가 방금 극단적이라고 지적한 바로 그 심리를 레버리지를 낀 대리자산처럼 거래해온 비트코인에도 파급 리스크를 안긴다는 뜻이다.

역발상 신호를 위한 무대

BofA의 서베이는 명시적으로 역발상 지표로 설계돼 있으며, 극단치를 짚어낸 과거 이력은 성적이 엇갈리지만 그래도 주목할 만하다. 이 은행이 임박한 폭락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포지셔닝이 실망감을 흡수할 여지를 거의 남겨두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현금비중이 이 정도로 낮고 낙관론이 몇몇 트레이드에 이렇게 집중된 상황에서는, 충격 한 번이 과도한 변동을 촉발할 수 있는 문턱이 상당히 낮아졌다. 이는 주식시장 밖에서, 비트코인을 포함해서도 시장이 이미 경험해본 역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