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다섯 곳의 합산 설비투자(capex)가 2026년 미국 GDP 대비 1.0%포인트 늘어나면서, AI 인프라 지출 비중이 사상 최고인 GDP의 2.4%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코베이시 레터(The Kobeissi Letter)가 집계한 수치에 따르면 이 비중은 2023년만 해도 1.0%에 불과했는데, 이 정도 증가 속도는 현대 경제사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코베이시 레터는 평가했다.
기업별로 보면 아마존이 2026년 설비투자로 약 2,000억 달러를 계획하고 있고, 알파벳은 1,750억~1,85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는 1,900억 달러 안팎, 메타는 1,150억~1,350억 달러를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최근 실적 발표 자료를 종합한 수치다. 네 회사의 올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만 합쳐도 웬만한 유럽 중견국 GDP에 맞먹는다는 점에서, 소수 기업에 이 정도로 집중된 투자 규모는 역사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실제로 돈이 흘러가는 곳
이 돈의 대부분은 데이터센터 용량과 이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 인프라로 쏠리고 있다. 바로 이 수요가 최근 몇 달 동안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을 AI 사업으로 끌어들인 배경이기도 하다. 라이엇 플랫폼스가 앤스로픽과 91억 달러, 20년 규모로 새로 맺은 리스 계약이 이런 지출 흐름의 직접적인 수혜 사례이고, 약 한 달 앞서 앤스로픽과 채굴업체 테라울프 사이에 체결된 190억 달러 규모 계약도 비슷한 맥락이다. 두 계약 모두 AI 랩들이 애초 전혀 다른 목적으로 채굴업체들이 오랜 기간 구축해온, 전력 밀도가 높은 인프라에 얼마나 웃돈을 주고서라도 확보하려 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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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규모의 지출은 해당 기업들의 현금 흐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가들의 의문도 키우고 있다. 일부 전망치는 AI 제품이 벌어들이는 매출이 설비투자 속도를 계속 따라가지 못하면서, 2026년 그룹 전체의 잉여현금흐름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에는 양면적인 신호
지금까지 시장은 이런 지출 서사를 벌주기보다는 대체로 반겨왔다. 공격적인 AI 설비투자를 자본 규율에 대한 경고 신호가 아니라 향후 수요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런 해석이 잉여현금흐름이 줄어드는 한 실적 사이클 전체를 거치고도 유지될지는 2026년 하반기로 갈수록 더 주목받을 거시 이슈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이번 AI 인프라 구축 붐은 최근 기업 역사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자본 재배치로 자리 잡고 있다. 채굴업체가 AI 인프라 임대업자로 전환하는 흐름처럼, 2차 파급 효과가 인접 시장 곳곳으로 계속 퍼져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