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들어 100개가 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문을 닫거나 파산했고, 혹은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단일한 전염 사태라기보다 닷컴버블 붕괴와 닮은 옥석 가리기라고 표현한다. 7월 말 단 한 주 동안에만 파생상품 거래소 비트멕스(BitMEX), 거래소 비트마트(BitMart), 레이어2 네트워크 무브먼트랩스(Movement Labs), 스토리지 프로토콜 스토리랩스(Storj Labs) 등 4건의 대형 폐업이 몰렸고, 폴카닷 파라체인 문빔(Moonbeam)도 7월 31일 영구 폐쇄됐다.

규모만 보면 이미 2022년 약세장과 비교되지만, 작동 방식은 다르다. 2022년 붕괴가 테라·루나 폭락이 쓰리애로우캐피털, 셀시우스, 보이저를 거쳐 결국 FTX까지 끌어내린 연쇄적 전염 사태였다면, 2026년의 물결은 대체로 토큰 가격이 꺾이자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끝내 찾지 못한 개별 비즈니스 모델들이 하나씩 무너진 결과에 가깝다.

a view of a building through a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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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사고까지 겹치며 도태를 가속

해킹과 익스플로잇도 압박을 더했다. 2026년 상반기에만 크립토 프로젝트들이 해킹·익스플로잇으로 잃은 금액이 11억 달러에 달해, 이미 2025년 한 해 전체 피해액을 넘어섰다. 특히 4월은 유독 잔인했다. 리스테이킹 프로토콜 켈프 다오(Kelp DAO)는 4월 18일 익스플로잇으로 2억 9,300만 달러를 잃었고, 솔라나 기반 드리프트 프로토콜(Drift Protocol)은 4월 1일 북한 해커 소행으로 지목된 공격으로 2억 8,5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에스프레소시스템즈 CEO 벤 피시는 이런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과포화를 꼽으며, 코인데스크에 “범용 레이어2가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사용자와 유동성 풀을 두고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진짜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프로젝트만 살아남는다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프로토콜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토큰 발행에 기대 활동을 부양하는 대신 실제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는 점이다. 현재 탈중앙 무기한선물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탈중앙 무기한선물 거래소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는 6월 30일 기준 누적 수수료 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베(Aave)의 예치금은 7월 기준 120억 달러였고, 유동성 리스테이킹 프로토콜 이더파이(Ether.fi)는 2분기를 앞두고 총예치자산(TVL) 78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모두 네이티브 토큰의 장부상 가치가 아니라 수수료와 예치금이라는 실체 있는 숫자다.

지금 크립토 업계 전반에서 통합이 일어나고 있다.

셀로(Celo) 공동창업자 마레크 올셰프스키의 진단이다. 아크 인베스트 리서치 디렉터 로렌조 발렌테도 이를 업계 “역사상 가장 큰 통합 국면”이라 부르며 동조했다. 코인뷰로 창업자 닉 퍼크린은 눈에 보이는 폐업조차 실제 피해를 과소평가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크립토 프로젝트 하나가 문을 닫을 때마다, 아마 10개는 더 조용히 사라지고 있을 것”이라며, 공식 발표 없이 그저 개발을 멈춰버리는 팀들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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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자금은 어디로 갔나

이런 폐업들의 배경에는 벤처캐피털의 후퇴가 있다. 2022년 하락장에서 한계 상황에 몰린 프로젝트들을 버티게 해주던 구제 자금은 이번 사이클에서는 대부분 말라붙었고, 알트코인 전반은 사이클 고점 대비 70~90% 가치를 잃으며 많은 팀이 운영 자금으로 의존하던 토큰 표시 트레저리를 고갈시켰다. 탈리(Tally) 공동창업자 데니슨 버트램은 자신의 DAO 툴링 플랫폼도 폐업 대열에 포함됐다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거버넌스 툴링 분야에는 아직 벤처 자금을 받는 비즈니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 해킹 조직이 차지하는 익스플로잇 피해 비중은 2025년 64%에서 66%로 늘었고, 문을 닫은 프로토콜들이 남긴 '좀비 컨트랙트'가 새로운 공격 표면을 만들어내면서, 살아남은 프로젝트들에 가해지는 압박은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