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의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비한 보험 비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연초 이후 70bp 급등해 약 215bp에 이르렀는데, 이는 신용시장이 추적하는 빅테크 종목 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브로드컴의 5년물 CDS도 함께 오르는 중이다. 인공지능 투자와 얽힌 기술 업종 부채에 더 두터운 방어막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흐름의 일부다.
오라클이 이 불안의 한복판에 놓인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부채 규모가 AI 사업 확장과 정확히 궤를 같이해 불어났기 때문이다. 크립토폴리탄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 주가는 OpenAI와 300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체결한 2025년 9월 이후 약 10개월 사이 43% 넘게 빠졌다. 그 사이 오라클은 계약에 딸린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대기 위해 380억 달러를 추가로 대출받았고, 신용등급은 이제 정크(투기등급) 바로 위 턱에 걸려 있다. 단 한 단계만 강등돼도 오라클 부채는 투기등급으로 떨어진다.
스프레드가 말해주는 것
연초 144bp였던 CDS 스프레드가 215bp까지 올랐다는 건, 투자자가 오라클 부채 1000만 달러어치를 부도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으려면 연간 약 21만5000달러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한 관행적 헤지 수준을 넘어선, 시장의 실질적인 불안을 반영하는 수치다. 9월 초 이후 미국 주요 기술기업 전반의 CDS 거래량은 약 90% 늘었고, 알파벳·아마존·메타·브로드컴·스페이스X까지 스프레드가 일제히 나빠지면서 이들 중 여럿이 자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디스가 이미 짚은 구조적 위험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별도로, 전례 없는 속도의 AI 인프라 투자가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오라클·코어위브 여섯 곳의 신용도를 한꺼번에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들 여섯 회사의 직접 부채는 합쳐서 약 4600억 달러에 달하고, 데이터센터 용량과 주로 연동된 리스 약정까지 더하면 여기에 1조2000억 달러가 추가로 얹힌다. 재무제표에 잡히는 부채와 잡히지 않는 리스 부담이 겹겹이 쌓인 이런 구조야말로, 성장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신용시장이 가장 신중하게 값을 매기는 유형의 레버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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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이 풀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오라클의 CDS 스프레드가 의미 있게 되돌아가려면, OpenAI와 연동된 매출이 새로 늘어난 부채를 예정대로 상환할 수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나오거나, AI 설비투자를 둘러싼 업계 전반의 불안이 누그러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 중 하나가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215bp라는 숫자가, 이들 기업이 여전히 강한 실적을 발표하고 있음에도 신용시장이 AI 확장에 매기는 위험 프리미엄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주는 꽤 선명한 지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