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의 모든 주식 거래의 밑단을 떠받치고 있는 청산기관이 그 위에 블록체인 레이어를 얹으려 하고 있다. 약 114조 달러 규모의 증권을 관리하는 예탁결제청산공사(DTCC)는 10월에 토큰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러셀1000 편입 종목들이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표현될 수 있게 된다.
이번 출시는 7월에 시작된 파일럿 단계를 거쳐 나온 것으로, DTCC는 50곳이 넘는 금융업계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하며 몇 달에 걸쳐 이번 출시를 준비해왔다. DTCC가 직접 발표한 서비스 개발 관련 공지에 따르면, 이번 서비스는 러셀1000 주식,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미국 국채(단기채·중장기채·중기채) 등 유동성이 매우 높은 자산군으로 범위를 한정하고 있다.
규제 승인이 먼저였다
DTCC는 비공식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니다. 자회사인 예탁신탁회사(DTC)는 2025년 12월 SEC로부터 DTC 참가자와 그 고객들을 위한 특정 토큰화 서비스를 명시적으로 승인하는 노액션 레터(No-Action Letter)를 받았으며, 이 승인의 유효기간은 3년이다. 이 승인 덕분에 여름 내내 진행된 파일럿이 거래마다 규제상 불확실성에 발목 잡히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다.
DTCC에 따르면 설계 의도는 전통적인 장부상 기록으로 증권을 보유할 때와 동일한 투자자 보호, 소유권, 권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토큰화된 버전이 별도의, 보호 수준이 낮은 상품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결제와 이전을 위한 또 다른 레일일 뿐이라는 취지다.
최대 종목들이 포함된다는 것의 의미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를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단순한 상징적 제스처가 아니다. 이 세 종목만 해도 수조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을 차지하며, 미국 증시에서 가장 깊고 유동성이 풍부한 거래량을 자랑한다. 이런 종목들을 토큰화 레일에 올린다는 것은, 자칫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위한 틈새 실험 정도로 치부될 수 있었던 토큰화 서비스에 기관 데스크가 곧바로 주목할 만한 관련성을 부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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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체인을 향한 더 큰 기관 흐름의 일부
DTCC의 이번 행보는 올해 전통 금융권에서 쏟아지고 있는 유사한 인프라 베팅의 물결과 함께 나왔다. 자산운용사들은 토큰화된 크레딧 펀드를 만들고, 은행들은 자체 크립토 커스터디를 구축하고, 거래소들은 거의 24시간에 가까운 거래 시간을 검토하고 있다. 디파이 프로토콜들도 반대 방향에서 같은 기관 자금을 겨냥해왔다. 월가를 향해 컴플라이언스를 갖춘 레일을 구축하며 접점을 좁혀가고 있는 것이다. DTCC의 서비스가 다른 곳들과 다른 지점은 배관 설비 자체에서의 위치다. 이 서비스는 어느 한 은행이나 브로커와 토큰화 사업을 두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그들 모두의 밑단에 자리 잡고 있다. 10월 출시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단지 증권이 이미 그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다른 토큰화 시도들이 결국 거쳐 가게 될 기본 결제 레이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