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청(FSA)과 경찰청이 공동으로 일본가상자산거래업협회(JVCEA)에 새로운 사기 방지 안전장치 도입을 요청했다. 여기에는 고객이 법정화폐를 입금하거나 디지털 자산을 매수한 뒤 일정 기간 암호화폐 출금을 지연시키는 조치가 포함된다.

규제 당국은 또한 거래소들이 이용자에게 출금 주소를 사전 등록하도록 요구하고, 새로 등록한 주소는 일정 대기 기간을 거친 뒤에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개인별 위험도 평가에 따라 이용자별 출금 한도를 설정할 것을 요청했다. 이 밖에도 피싱에 강한 다중 인증 도입, 거래 및 접속 환경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은행 송금인 명의와 암호화폐 계정 명의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절차 등을 함께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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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피해 규모

금융청은 이번 조치가 "갈수록 정교해지는 디지털 자산 관련 사기"와 거래소 이용자들 사이에서 늘어나는 피해액에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기 수법으로 취득한 자금이 사라지기 전 거래소 계좌를 거쳐 가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요청은 일본이 사기 피해 전반에서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뒤에 나왔다. 2025년 이른바 특수사기와 소셜미디어 기반 투자·로맨스 사기로 인한 총 피해액은 3,241억 엔, 약 21억 달러에 달했으며, 특수사기 건수는 전년 대비 31.9% 증가한 2만 7,758건을 기록했다.

이 중 소셜미디어 기반 투자 사기만 놓고 봐도 9,538건, 1,274억 엔(약 8억 2,100만 달러)에 이른다. 가짜 외환·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수법으로, 처음에는 소액 출금을 허용해 피해자의 신뢰를 쌓은 뒤 큰 금액은 인출을 거부하는 방식이 흔하다. 별도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온라인 은행 사기로 탈취된 자금 중 특정 기간 약 87억 3,000만 엔에 달하는 금액의 거의 절반이 결국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당국이 계좌 개설 단계가 아니라 출금 경로 자체를 겨냥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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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력 없는 권고

이번 요청은 범위가 넓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청은 해당 조치들이 "구속력 있는 규칙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거래소가 자체 운영 방식과 사기 노출 정도에 따라 이행 여부를 재량껏 판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런 온건한 접근은 금융청이 올해 다른 영역에서 보여온 더 강경한 집행 기조와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KYC 미준수를 이유로 사상 최다인 4건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취소하기도 했다. 자발적인 안전장치 도입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도쿄 당국이 여전히 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