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4대 생명보험사가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안고 있는 평가손실이 약 14조5000억 엔, 달러로 환산하면 약 91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수치는 2024년 3월 2조 엔에도 못 미쳤던 것이 분기마다 예외 없이 불어난 결과다. 아직 장부상 손실일 뿐 실제로 현금화된 손실은 아니지만, 꾸준히 커지는 추세 자체가 일회성 시장 변동이 아니라 일본 금융 시스템 내부에 구조적 문제가 쌓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원인은 장기 금리 상승이다.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가 5월 사상 처음으로 4%를 넘어섰고, 계약자 보험료 대부분을 국내 국채에 투자해온 보험사들은 금리가 더 높은 신규 국채가 쏟아지는 사이 예전에 사둔 저금리 국채의 가치가 깎여나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4대 보험사 중 하나인 니혼세이메이(닛폰라이프)는 4~6월 실적에서 국내 채권 평가손실이 6조2800억 엔(약 397억 달러)으로 불어났다고 밝혔는데, 이는 불과 3개월 전보다 5542억 엔 늘어난 규모다. 빅고 파이낸스 보도에 담긴 내용이다.
보험사들은 이미 손실을 감수하며 팔고 있다
니혼세이메이는 장부상 손실을 그대로 떠안고 있는 대신, 저금리 채권을 적극적으로 팔고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자산으로 갈아타는 중이다. 미실현 손실을 실현 손실로 전환하는 움직임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유가증권 매각손 2231억 엔과 손상차손 440억 엔을 함께 반영했다. 이런 전환의 규모와 속도가 워낙 커서, 일본 금융청은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재무상태를 들여다보는 정기 점검 일정을 앞당겨, 채권 보유분에서 추가 평가손실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별도로 점검하기로 했다.
엔화 약세가 같은 문제를 더 풀기 어렵게 만든다
이런 채권 압박은 지난 5년간 달러 대비 가치가 37% 넘게 빠진 통화를 배경으로 벌어지고 있다. 엔화는 지난달에도 40년 만의 최저치를 새로 썼는데, 이는 일본이 2022년 이후 엔화 방어를 위해 약 3200억 달러를 쏟아부은 뒤에도 벌어진 일이다. 두 문제는 서로를 부추긴다. 국내 금리 상승이 채권 손실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인 동시에, 같은 금리 흐름이 엔화 환율 관리에도 핵심 변수여서, 정책 당국이 한쪽 문제를 건드리면 다른 쪽이 악화될 위험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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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경 너머까지 중요한 이유
생명보험사를 포함한 일본 기관들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외국 채권 보유 주체다. 국내에서 재무상태표가 압박받으면 역사적으로 해외에 얼마나 많은 자본을 계속 배치할지에 영향을 미쳐왔다. 보험사들이 국내 포지션을 방어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팔아치우는 지속적인 자금 환류 흐름은, 분석가들이 미국과 유럽 채권시장으로의 파급 효과를 가장 예의주시하는 메커니즘 중 하나다. 얼핏 좁은 범위의 일본 국내 이슈처럼 보이지만, 도쿄를 훨씬 넘어서까지 지켜볼 가치가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