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상장 비트코인 채굴기업 마라 홀딩스(MARA Holdings)가 2026년 상반기 동안 비트코인 약 2만 3,093개를 개당 평균 약 7만 631달러에, 총 16억 3,000만 달러 규모로 매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0-Q 공시에서 밝힌 이 매도는 올해 상장 채굴기업이 실행한 것 중 가장 큰 규모의 비트코인 처분 사례 중 하나다.
매도 규모가 컸음에도 마라의 온체인 트레저리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회사가 계속해서 신규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어, 전체 보유량은 2025년 말 3만 8,507개에서 6월 30일 기준 2만 6,307개로, 순감소분은 약 1만 2,200개에 그쳤다. 총 매도량이 그보다 거의 두 배에 달했는데도 순감소는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뜻이다.
AI 전환에 투입되는 자금
공시는 이번 매도를 명확한 전략적 자원 재배분과 연결짓는다. 마라는 AI 이니셔티브와 관련 핵심 IT·고성능컴퓨팅(HPC) 기회에 자원을 재투입하는 한편, 부채 상환과 일반 유동성 수요에도 자금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여러 비트코인 채굴기업이 보여온 흐름과 같은 맥락이다. 기존 전력 계약과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채굴 전용으로 두기보다 AI 컴퓨팅 용도로 전환하는 편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한 채굴기업이 늘고 있다. 킬(Keel)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 내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완전히 접고 AI 데이터센터로 전면 전환했지만, 마라는 지금까지는 채굴 사업을 유지하면서 AI 사업을 병행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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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에는 6개월간 마라의 디지털자산 보유분 공정가치가 9억 6,420만 달러 하락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채굴을 통해 비트코인을 계속 매집하는 기업이라 해도, 매도하지 않고 보유하기로 한 물량은 가격 변동성에 따라 재무제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넓은 트레저리 재편의 일부
마라의 이번 공시는 이번 실적 시즌 잇따르고 있는 상장기업의 비트코인 매도 흐름에 하나를 더한다. 스트래티지는 자사주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6주 연속 약 6,916 BTC를 팔았고, 트럼프 미디어의 암호화폐 포트폴리오는 보유 코인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음에도 평가액에서 수억 달러가 증발했다. 마라의 매도가 눈에 띄는 이유는 대차대조표 처분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채굴 생산에서 나온 자금이라는 점이다. 회사가 신규 물량을 계속 채굴하고 있는 만큼, 이번 매도가 비트코인에 대한 확신 약화를 뜻한다기보다는 신규 채굴분 중 더 큰 비중을 대차대조표에 쌓아두는 대신 현금화하기로 한 결정에 가깝다.
하반기에 이런 흐름이 AI 인프라 투자 쪽으로 더 기울지는, 비트코인 가격 흐름과 마라가 전환한 컴퓨팅 용량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 사이의 계산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많은 채굴기업이 동시에 이 계산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