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디지털 홀딩스가 2026년 2분기에 6억 1,13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8억 820만 달러의 흑자를 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간 채굴 사업 자체는 오히려 좋아졌다. 에너지화 해시레이트는 22% 늘었고 비트코인 생산량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에너지화 해시레이트는 1년 전 57.4 EH/s에서 70.3 EH/s로 증가했고, 비트코인 생산량은 3% 늘어난 2,422 BTC를 기록했다고 KuCoin이 실적을 분석하며 전했다. 반면 매출은 전년 대비 27% 줄어든 1억 7,500만 달러에 그쳐, 애널리스트 컨센서스였던 2억 837만 달러를 16% 넘게 밑돌았다.
생산 문제가 아니라 가격 문제
마라톤 측은 이번 손실의 원인을 운영상의 부진이 아니라 분기 중 비트코인 평균 가격이 28% 떨어진 데서 찾는다. 실제로 해시레이트와 생산량은 둘 다 개선됐다. 문제는 회계 방식이다. 채굴 기업들은 이제 보유 비트코인을 공정가치로 평가하기 때문에, 코인을 단 한 개도 팔지 않아도 미실현 손실이 그대로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 가격만 떨어지면 운영은 잘 되고 있어도 장부상으로는 대규모 손실이 찍힐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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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물량은 그대로
6월 30일 기준 마라톤은 35,577 BTC를 보유하고 있으며 공정가치로 약 21억 달러에 달한다. 장부상 손실에도 '매도하지 않고 보유한다'는 전략의 기조는 흔들리지 않은 셈이다. 이 정도 보유량은 같은 전략을 쓰는 다른 소형 채굴 기업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예컨대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같은 분기에 사상 최대인 932 BTC를 채굴했고 보유량을 8,000 BTC 넘게 늘렸지만, 마라톤의 물량에는 한참 못 미친다. 다만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든 코인을 시장에 풀지 않는다는 채굴·보유 전략의 뼈대는 두 회사가 다르지 않다.
하락장 속에서도 이어지는 효율화
이번 실적은 채굴 업계 전반에 벌어지고 있는 균열을 잘 보여준다. 해시레이트와 생산 효율 같은 운영 지표는 업계 전반에서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2025년 10월 고점 이후 이어진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실적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마라톤의 승부수는 결국 시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번 분기 해시레이트 증가를 이끈 인프라 투자가 비트코인 가격이 안정을 되찾는 순간, 채굴 운영 자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로 오늘의 평가손실을 평가이익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