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제 이란에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대치 상황이 격화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트럼프는 같은 자리에서 해협이 미 해군의 완전한 통제 아래 “지금 개방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별도로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이란이 갚아야 할 배상금은 지난 50년간 이란이 살해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에 원유 가격은 즉각 급등했다. WTI 선물은 약 5% 오르며 배럴당 82달러 선까지 올라섰고, 브렌트유도 비슷한 폭으로 상승해 87.72달러 부근까지 뛰었다. 트레이더들이 해협 통행을 규율할 합의가 끝내 타결되지 못할 가능성을 저울질한 결과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요충지다. 반대로 이란 측이 마련한 자체 초안은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은 해협에서 아예 배제하고, 이란이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다른 국가들에는 통행 전 배상금을 요구하는 방안이 담겼다고 한다.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줄어든 美 전략비축유
시점이 공교롭다. 공급 차질에 대비한 워싱턴 자체의 완충 능력이 수십 년 만에 가장 얇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부(DOE) 자료에 따르면 전략비축유(SPR)는 7월 말 기준 약 3억 480만 배럴이 남아 있는데, 이는 지난 2월 있었던 앞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 이후 약 1억 770만 배럴이 소진된 결과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해 이뤄진 1억 7,200만 배럴 방출의 일환이었다. 이로써 재고량은 1983년 이후 처음으로 3억 배럴 밑으로 떨어졌다. 40년 넘는 기간 중 최저 수준인 셈인데, 하필 새로운 공급 차질 위험이 다시 테이블 위에 오른 시점과 맞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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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타결 서두를 뜻 없다는 신호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대목도 있다. 이란의 한 고위 관리가 상대측에 테헤란이 트럼프 행정부와 실제로 합의에 이를 의사가 없으며, 별다른 양보 없이 트럼프 임기가 끝날 때까지 협상을 끌고 갈 계획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입장에서 보면 — 얇아진 미국의 전략비축유,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요충지를 둘러싼 미해결 분쟁, 지연을 전제로 한 이란의 협상 태도가 겹치면서 — 헤드라인이 긴장 완화와 대치 사이를 하루가 다르게 오가는 와중에도 유가에 매수세가 계속 붙는 배경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