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중앙은행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의 USDT를 러시아 공인 거래소에서 공개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개인 투자자의 크립토 거래를 제도권 시장 바깥에 사실상 묶어뒀던 러시아로서는 상당히 큰 방향 전환이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세 자산은 공인 브로커와 크립토 거래소, 자산운용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중앙은행이 직접 공개한 제안서는 투자자 등급에 따라 접근 범위를 나눴다. 비적격 투자자는 앞서 언급한 세 자산으로만 거래가 제한되고, 매수 한도도 중개기관 한 곳당 연간 30만 루블, 대략 수천 달러 수준으로 묶인다. 반면 적격 투자자는 이런 한도 자체가 없고, 규제 시장에 상장된 어떤 크립토 자산이든 거래할 수 있다.
어떤 토큰이 자격을 얻는지 정한 까다로운 기준
중앙은행은 규제 시장에 편입될 수 있는 크립토 자산을 가려낼 구체적인 심사 기준도 제시했다. 최소 시가총액, 최소 일평균 거래량, 그리고 해외 거래 플랫폼에서 최소 5년 이상의 가격 형성 이력이 그것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USDT는 이 기준을 무난히 통과하지만, 이 문턱은 사실상 더 신생이거나 규모가 작은 토큰 대부분을 러시아 규제 소매시장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수요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다.
누구든 예외 없는 테스트와 위험 고지
제안서에 따르면 한도 없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적격 투자자조차 거래 전에 일정한 테스트를 통과하고 공식 위험 고지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모든 투자자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이 테스트 의무는, 중앙은행이 규제된 거래 통로를 열어주면서도 크립토 거래 자체는 여전히 본질적으로 고위험 자산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크립토를 일반적인 자산군처럼 정상화하려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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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는
이 제안은 2026년 8월 24일까지 공개 의견 수렴을 거치며,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이 이를 수정하거나 확정할 수 있다. 만약 이대로 채택된다면 러시아 투자자들은 국내 제도권 기관을 통해 처음으로 명확하게 규제된 크립토 투자 경로를 갖게 되는 셈이다. 크립토를 두고 수년간 강경한 규제 발언과, 제재 우회용 국경 간 결제 등 실질적 활용에 대한 조용한 묵인 사이를 오가온 주요 경제국치고는 눈에 띄는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