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정체된 의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섰다. 디지털자산시장 명확화법(CLARITY Act)이 상원 표결에조차 오르지 못한 채 휴회를 맞으면서, SEC가 암호화폐 자산에 특화된 증권 발행 규정을 자체적으로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SEC는 애초 8월 14일 정례회의를 열어 이번 규정 제정 작업을 공식 개시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 회의를 취소하고도 결국 규정안 추진 자체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1933년 증권법상 등록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두 가지 신규 면제 조항이다. 암호화폐 자산이 관련된 투자계약을 겨냥해 설계됐다. 하나는 발행사가 4년에 걸쳐 최대 500만 달러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무제표 제출과 지속적인 보고 의무를 조건으로 12개월 내 최대 7,500만 달러까지 조달을 허용하는 것이다. 두 면제 조항 모두 투자자를 위한 원칙 기반의 서술형 공시 의무를 함께 부과한다. 이번 제안에는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토큰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상 “투자계약”으로 취급하지 않는 조건부 세이프하버 조항도 포함돼 있다.
눈에 띄는 공백 하나
SEC의 공식 제안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함께 나올 것으로 널리 예상했던 암호화폐 기반 주식용 “혁신 면제” 조항은 빠졌다. 백악관이 CLARITY법을 둘러싼 의회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로 이 부분만 따로 보류하도록 SEC에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와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제안된 규정에 대한 의견 수렴 기간은 연방관보 게재 이후 60일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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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
코인베이스는 SEC가 자체적으로 규정 제정에 나선 결정을 지지하면서도, 더 안정적이고 입법적으로 뒷받침되는 법적 확실성을 위해 의회에 CLARITY법 통과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블록체인협회는 별도 의견서를 통해 오래된 두 개의 국가시장체계(NMS) 규정을 폐지하려는 SEC의 움직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규정들이 폐지되면 토큰화 사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이며, 협회는 또 공개 블록체인에서 거래되는 증권도 기존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음을 공식 인정하도록 최선집행 기준을 현대화해달라고 SEC에 촉구했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의회
이번 규제 움직임은 입법 트랙이 여전히 교착 상태인 가운데 나왔다.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 존 튠(John Thune)은 의원들이 복귀하는 9월 중순 CLARITY법 상정을 위한 토론 종결(cloture) 동의안을 제출해둔 상태다. 다만 상원은 11월 선거 전까지 실질적으로 회기 중인 날이 14일밖에 남지 않아, 그 사이 SEC의 자체 규정 제정이 암호화폐 발행사들에게는 더 즉각적이면서도 다소 좁은 범위의 규제 확실성 확보 경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