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억 건이 넘는 항공권 기록을 담은 상업용 데이터베이스를 구독해,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도 조사 대상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표시하는 데 활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구독은 아메리칸, 델타, 유나이티드 항공이 공동 소유한 결제 정산 기관 항공권 리포팅 코퍼레이션(Airlines Reporting Corporation)이 운영하는 여행정보프로그램(Travel Intelligence Program)을 통해 이뤄졌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SEC는 탑승객 이름, 항공권 구매에 사용된 신용카드 번호, 출발·도착 도시, 항공편 번호에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구독에는 새로운 예약 건을 정부 감시 대상자 명단과 대조해 지난 24시간 내 이동을 표시하는 알림 시스템도 포함돼 있었으며, SEC는 하루 1~25건의 알림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명령 없이도 가능했던 접근
이 데이터가 법적 절차를 통해 강제로 확보된 것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구매된 것이었기 때문에, SEC는 이를 얻는 데 법원 명령이 필요하지 않았다. 정부가 수사기관이라면 직접 확보하는 데 영장이 필요했을 정보에 시장을 통해 접근한 셈이다. 이런 구분은 이른바 '데이터 브로커 허점(data-broker loophole)'을 둘러싼 더 큰 논쟁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데, 정부 기관들이 수정헌법 제4조가 요구하는 사법 절차 대신 공개 시장에서 민감한 개인정보를 사들이는 관행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ARC는 이 프로그램의 도입 취지를 옹호하며, 여행정보프로그램이 2001년 9월 11일 테러 공격 이후 만들어졌다는 점과 범죄자 예방·검거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FBI, 국세청(IRS), 국토안보부도 이 프로그램이 지속적인 감시 대상이 되기 전부터 같은 시스템을 활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알려진 것보다 훨씬 넓었던 범위
새로 공개된 문서는 이 프로그램의 범위가 미국 국내선을 훨씬 넘어섰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기록에는 외국과 외국을 오간 여정까지 포함돼 있어, SEC의 감시 능력이 미국 영공에 발을 들인 적조차 없는 여행자에게까지 미쳤다는 뜻이다. 이런 국제적 범위는 그동안 이 정도로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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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의 지속적인 압박 끝에 결국 ARC는 2025년 여행정보프로그램을 중단했고, 그로써 SEC를 비롯한 여러 연방기관에 정보를 공급하던 통로가 끊겼다. 그러나 법 집행기관이나 정보기관이 아닌 민간 시장 규제기관이 수년간 이 정도 수준의 여행 감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워싱턴에서 데이터 브로커 허점을 더 폭넓게 차단하라는 목소리를 다시 키울 가능성이 크다. 이런 수준의 추적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적 없는 조사 권한을 가진 금융 규제기관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