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23연승 행진으로 약 4,9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이름을 알렸던 하이퍼리퀴드 지갑 'pension-usdt.eth'가 결국 무너졌다. 온체인 추적 계정 룩온체인에 따르면 이 지갑이 보유한 5만 ETH 규모(약 1억 600만 달러)의 숏 포지션 전체가 완전히 청산됐고, 수요일 시장 전반의 스퀴즈 속에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하면서 2,39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청산 과정은 하이퍼리퀴드 기준으로도 격렬했다. 포지션은 5차례의 개별 청산 이벤트를 거쳐 약 12초 만에 강제로 정리됐고, 청산될 때마다 이더리움 가격이 다시 올라가면서 다음 청산분의 단가를 더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지갑의 증거금이 바닥나자 마지막 남은 1,417 ETH는 하이퍼리퀴드의 보험기금이 떠안았다. 이번 손실로 그동안 쌓아온 수익의 절반가량이 날아갔고, 계좌는 사실상 비어버렸다.
두 달 만에 무너진 베팅
pension-usdt.eth는 온체인 추적 기준으로 약 1,445시간, 거의 두 달 가까이 이더리움 숏 포지션을 유지해왔다. 그 기간 동안 이 지갑은 하이퍼리퀴드의 공개 주문서에서 가장 주목받는 숏 트레이더 중 하나로 떠올랐는데, 이곳에서는 모든 포지션과 진입가, 청산 수준이 실시간으로 그대로 노출된다. 바로 이 투명성이 이번 청산을 하나의 구경거리로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트레이더들은 사후에 소식을 전해 듣는 대신 청산 캐스케이드가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과정을 그대로 지켜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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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코인까지 얽힌 뒷이야기
청산 몇 시간 뒤, 온체인 분석 계정 버블맵스가 새로운 사실을 짚었다. pension-usdt.eth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트레이더가 한 달 전 조용히 '$PENSION'이라는 번들형 밈코인을 발행했다는 것이다. 번들링이란 서로 연결된 여러 지갑이 신규 토큰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나눠 쥐는 발행 방식으로, 매도 전에 인위적으로 수요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데 흔히 쓰인다. 버블맵스는 이 토큰이 이더리움 숏 전략과 직접 연관돼 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고위험 숏 베팅으로 이름을 알린 트레이더가 번들형 토큰 발행에도 관여했다는 대비는 스레드 댓글창에서 회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지갑의 온체인 명성이 실제 트레이딩 실력 덕분인지, 아니면 홍보의 결과인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pension-usdt.eth가 다시 숏 포지션으로 돌아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지갑의 거래 이력을 보면 손실을 본 뒤에도 포지션을 빠르게 다시 쌓아 올리는 패턴이 반복돼 왔고, 하이퍼리퀴드의 공개 주문서 구조상 다음 시도가 있다면 이번과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그대로 노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