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체인에서 pension-usdt.eth로 알려진 한 지갑은 23연승이라는 기록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손꼽히는 숏 트레이더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런 이 지갑이 8월 19일 이더리움 가격이 자신의 숏 포지션을 그대로 관통하며 약 4,900만 달러를 날렸다. 이 트레이더는 연승을 만들어낸 것과 같은 전략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ETH에 레버리지 숏을 걸고 가격이 협조적으로 움직이면 익절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더리움은 1,875달러, 1,935달러, 2,125달러의 이동평균선을 잇달아 뚫으며 잠깐 2,300달러 위까지 찍은 뒤 2,250달러 부근에서 안착했다. 온체인 추적 계정 룩온체인은 며칠 전 이미 이 지갑의 포지션을 포착해 알린 바 있다. 당시 이 지갑은 2만 7,450 ETH, 약 4,760만 달러 규모의 3배 레버리지 신규 숏을 열었는데, 결국 그 포지션이 연승 기록을 끝낸 트레이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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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체를 숏에 가둔 스퀴즈

이번 움직임은 한 지갑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었다. 24시간 동안 17만 2,000명의 트레이더에 걸쳐 약 29억 9,000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포지션이 청산됐고, 그 피해는 압도적으로 한쪽으로 쏠렸다. 전체의 91%에 해당하는 27억 4,000만 달러가 강제 청산된 숏 포지션이었고, 롱 포지션 청산은 2억 5,650만 달러에 그쳤다. 이더리움은 전체 청산액 가운데 11억 3,000만 달러를 차지하며 비트코인의 14억 2,0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몫을 기록했다. 약세를 점치고 베팅했던 트레이더들이 반전 장세에 그대로 휩쓸린 결과다.

기술적으로 보면 이번 랠리는 이더리움을 과매수 구간 깊숙이 밀어넣었다. 일간 RSI는 80을 넘어섰고, 단기 시간대 지표는 85~90 구간까지 더 치솟았다. 통상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단기 움직임을 알리는 신호지만, 그렇다고 그 사이 숏 포지션들이 스퀴즈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과매수 상태는 꺾이기 전까지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고, 그 흐름에 역행해 포지션을 잡은 트레이더에게는 그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이 계속될 뿐이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연승이 끊겼나

pension-usdt.eth의 숏 전략은 시장이 한 해의 상당 기간 하락하거나 횡보하는 흐름 속에서 반복적으로 통했고, 그에 맞춰 지갑도 포지션 규모를 키워왔다. 이전 포지션들은 수천만 달러대부터, 1,700달러 부근에서 열었던 8,500만 달러짜리 숏까지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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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규모 확대가 급격한 반전을 아홉 자릿수 손실로 키운 결정적 요인이었다. 23연승을 만들어낸 것과 같은 레버리지가, 단 한 번의 손실만으로도 그동안 쌓아온 수익의 상당 부분을 한 세션 만에 지워버릴 만큼 확대 작용을 한 것이다. 크립토 파생상품 데스크들은 이를 두고, 며칠이 아니라 몇 분 만에 뒤집힐 수 있는 시장에서 레버리지 숏을 계속 유지하는 데 따르는 비대칭적 리스크라고 설명한다.

이번 사례는 온체인 리더보드가 패턴을 깨는 단 한 번의 트레이드가 나오기 전까지는 꾸준함에 보상을 준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 그리고 단 하나의 재무부 정책 발표가 이더리움을 하루 만에 18% 움직일 수 있는 시장에서는, 그 어떤 연승 기록도 안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