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업계 최대 마켓메이커 중 하나인 윈터뮤트(Wintermute)가 정식으로 규제된 월가 영역에 발을 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의 미국 법인인 윈터뮤트 USA LLC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브로커-딜러로 등록하고 금융산업규제청(FINRA)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번 조치로 뉴욕에 본사를 둔 이 법인은 처음으로 SEC와 FINRA의 직접 감독을 받게 됐다.
이번 등록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윈터뮤트 USA는 이를 통해 전국 증권거래소와 장외 거래 상대방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전통 주식과 주식옵션을 거래하며, 디지털 자산과 연계된 상품을 포함한 상장지수상품(ETP)의 공인 참가자(Authorized Participant)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규제 대상 자기자본 트레이딩 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또한 자기계정 거래에 한해 디지털 자산 증권 거래를 직접 청산할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결제 과정에 끼어 있던 중개기관을 배제할 수 있게 됐다.
전통 마켓메이커 추격전
윈터뮤트는 이미 전 세계 크립토 시장에서 하루 평균 100억 달러 이상의 거래량을 소화하고 있다. 회사 창업자는 시타델 시큐리티스, 버투 아메리카스, GTS 시큐리티스처럼 미국 주식시장 인프라에 깊숙이 뿌리내린 기존 강자들과 경쟁하겠다는 목표로 3~5년의 시간표를 제시했는데, 이는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로 평가된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 CFTC 위원장 셀리그 '클래리티법 무산되면 우리가 직접 규칙 쓴다'
이번 전략의 논리적 배경은 토큰화와 맞닿아 있다. 더 많은 전통 금융 상품이 온체인 또는 토큰화된 형태로 편입될수록, 디지털 자산 마켓메이킹과 전통 증권 마켓메이킹 사이의 경계는 계속 흐려질 것이라는 게 윈터뮤트의 판단이다. 크립토 트레이딩 사업과 규제된 미국 브로커-딜러 라이선스를 동시에 보유함으로써, 이 회사는 한쪽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경계를 가로질러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더 넓은 제도화 흐름의 일부
이번 행보는 디지털 자산이 주류 금융 인프라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크립토 네이티브 트레이딩 회사들이 정식 미국 규제 지위를 확보하려는 더 넓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브로커-딜러 등록은 순수 크립토 시장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문턱으로, 지속적인 컴플라이언스와 자본, 보고 의무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윈터뮤트가 이런 부담을 감수한 것은, 향후 토큰화가 더 확산될 것에 대비해 규제된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