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가 이번 주 1달러 안팎까지 밀려났다. 1년 전 3달러를 웃돌던 고점과는 거리가 먼 수준이다. 그런데 파생상품 시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가격 차트와는 사뭇 다르다. 선물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은 27억 8천만 달러까지 늘어 24시간 만에 2% 증가했고, 거래대금은 55% 급증한 11억 7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트레이더들이 시장을 떠나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포지션을 재조정하고 있다는 신호다.
포지션 방향 자체는 강하게 롱 쪽으로 쏠려 있다. 바이낸스에서는 전체 계정 기준 롱·숏 비율이 3대1로 롱 우위를 보이고 있고, 대형 트레이더들은 3.6대1까지 더 강하게 롱에 쏠려 있다. OKX의 대형 트레이더들도 똑같이 3.6대1 비율을 나타낸다. 다만 모든 거래소를 합산한 시장 전체 기준으로 보면 이 비율은 0.93 수준으로 낮아지는데, 이는 롱 쏠림이 시장 전반이 아니라 두 거래소의 대형 계정에서 유독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거꾸로 가는 투자심리
이런 파생상품 시장의 낙관론은 소셜 심리 지표와는 어색하게 엇갈린다. XRP가 의미 있는 반등에 실패하면서 투자심리는 최근 3개월 사이 가장 부정적인 수준으로 돌아섰다. X와 레딧, 텔레그램에서 나오는 비관적인 코멘트는 지난 5월 중순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고, 리테일 트레이더들은 반등 기회를 놓치고 다른 자산 대비 부진한 성과를 보이는 데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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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늘어나는 네트워크 활동
투자심리가 나빠지는 동안에도 XRP 렛저(XRP Ledger)의 온체인 활동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24시간 기준 활성 주소 수는 거의 5만 개에 달해 두 달 넘는 기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온라인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갈수록 어두워지는데 실제 네트워크 사용량은 늘어나는 괴리가 나타난 셈이다. 파생상품 데이터를 보면 이 기간 내내 미결제약정이 27억 달러 이상을 유지했는데, 이는 레버리지 포지션이 투자심리 악화와 함께 청산되기보다 계속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1달러 아래로 내려갈 경우의 리스크
강한 롱 쏠림은 양날의 검이다. XRP가 1달러 아래로 확실히 무너지면 담보가 충분치 않은 레버리지 롱 포지션들이 강제 청산에 몰릴 수 있고, 이런 강제 매도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하락을 완충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속시킬 수 있다. ETF 쪽 배경도 이 리스크를 키운다. 현물 XRP ETF로의 자금 유입은 연초 강했던 흐름과 달리 8월 들어 크게 둔화됐고, 그만큼 롱 포지션이 풀릴 때 매도 압력을 흡수해 줄 신규 기관 수요는 줄어든 상태다.
지금으로선 파생상품 시장의 강세 포지셔닝과 소셜 상의 약세 심리가 팽팽히 맞서면서 XRP는 심리적으로 중요한 구간에 머물러 있다. 트레이더들은 사실상 늘어나는 주소 수와 선물 활동이 온라인 여론의 비관론을 상쇄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