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지난 5년 동안 달러 대비 37% 넘게 가치를 잃으며 지난달 1986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미끄러졌다. 일본이 2022년 이후 하락세를 늦추려 외환보유고에서 약 3,200억 달러를 쏟아부었음에도 벌어진 일이다. 엔화는 달러당 162.58엔까지 밀려나며 그야말로 4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트레이더들은 도쿄의 추가 개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의 방어 규모는 올해 들어 가파르게 커졌다. 4월과 5월 두 달 동안에만 일본은행은 외환보유고에서 약 728억 달러를 투입해 통화를 떠받쳤다. 8월 초에는 일본과 미국이 이례적으로 공조한 엔화 매수 개입을 확인했는데, 일본은행이 하루 만에 약 5조 3,300억 엔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8조 4,500억 엔 규모의 이전 개입에 이은 조치였다.
개입은 시간을 벌 뿐, 흐름을 되돌리진 못한다
어떤 개입도 근본적인 추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매 라운드의 개입은 일시적인 반등만 만들어냈을 뿐, 이후 엔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엔화가 처음 40년 만의 최저치권에 진입한 이후 트레이더들이 반복해서 목격해온 패턴이다. 이런 지속성은 단발성 개입 하나로는 상쇄할 수 없는 더 큰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높은 에너지 수입 비용, 일본 재정 상태에 대한 커지는 우려, 그리고 미 연준과의 금리 격차가 엔화 대신 달러 표시 자산을 계속 선호하게 만드는 구조다.
계속되는 압박의 진원지, 캐리 트레이드
이 금리 격차야말로 도쿄가 개입에 나서는 와중에도 엔화가 계속 미끄러지는 핵심 이유다.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값싼 엔화로 자금을 빌려 더 높은 수익률을 주는 달러 자산을 사들여왔다.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다. 연준이 일본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한, 도쿄가 방어에 얼마를 쏟아붓든 이 거래는 꾸준한 매도 압력을 만들어낸다. 일본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그 여파를 체감하고 있으며, 국내 대형 보험사들은 엔화 약세와 맞물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채권 평가손을 떠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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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넘어서는 파급력
40년 만의 최저치에 발이 묶인 엔화는 도쿄를 훌쩍 넘어서는 파장을 낳는다.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품의 경쟁력을 높이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가계와 기업을 압박하고, 캐리 트레이드가 갑작스럽고 무질서하게 청산될 경우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살아 있다. 2024년 엔화발 주식 매도 사태가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든 이후 시장이 경계해온 시나리오다. 일본이 하락세를 늦추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공조 개입까지 동원하고 있는 지금, 엔화의 향방은 올가을로 접어드는 국면에서 가장 예의주시되는 거시 리스크 중 하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