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TC(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 마이클 셀리그 의장이 암호화폐 업계가 클래리티법(Clarity Act)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연방 시장구조 규정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의 정체된 입법을 기다리는 대신 이미 CFTC가 보유한 권한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2026년 8월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CFTC 혁신자문위원회(Innovation Advisory Committee) 첫 회의에서 나왔다. 코인베이스, 크라켄, 리플, 제미니, 로빈후드, 나스닥, NYSE, CME 등 최고경영자급 위원 약 43명이 모여 암호화폐, 인공지능, 예측시장을 논의한 자리였다.
셀리그 의장은 CFTC 직원들에게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CFTC 규제 시장구조를 성문화하는 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규정이 도입되면 기존 CFTC 등록업체는 물론 현재 미등록 상태인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새로운 '암호화폐 자산 시장' 지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되고, 디지털 자산 시장에 특화된 규정 아래에서 레버리지나 마진을 활용한 거래를 제공할 길이 열린다.
정체된 의회에 대한 대비책
디지털 자산에 대한 포괄적인 연방 시장구조를 마련하려는 클래리티법은 상원 통과에 60표가 필요한데, 정부 윤리 규정과 스테이블코인 수익 규정, DeFi 보호 조항을 둘러싼 이견 속에 표류하고 있다. 셀리그 의장은 이 법안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대에 오르길 여전히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CFTC가 병행 추진하는 규정 제정 작업은 사실상의 대비책이다. 의회가 더 첨예한 쟁점들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규제 명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로인 셈이다. 이런 움직임은 저스틴 선이 월드리버티 파이낸셜을 상대로 낸 소송을 비공개 중재가 아닌 공개 재판으로 유지하도록 한 최근 판결을 비롯해, 암호화폐 관련 법적 다툼이 곳곳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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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그 의장은 또 온체인 금융 프로토콜 개발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이 프로토콜들이 미국 내에서 합법적이고 규정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방안을 논의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명확한 규제 관할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던 DeFi 개발자들을 향한 접근이다. 이와 별개로 그는 SEC와 함께 추진 중인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 협업도 언급했다. 어떤 암호화폐 자산이 증권에 해당하고 어떤 것이 상품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구분하는 분류 체계를 만들려는 작업이다.
다음 프런티어는 AI와 컴퓨팅
이날 회의 안건은 암호화폐 시장구조를 넘어 인공지능까지 다뤘다. 셀리그 의장은 GPU와 컴퓨팅 파워를 떠오르는 디지털 상품 범주로 규정했다. 투명한 금융시장이 컴퓨팅 자원에 대한 신뢰할 만한 가격 벤치마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CFTC가 에너지나 농산물 시장에서 이미 하고 있는 역할을 AI 인프라 시장에서도 맡을 수 있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CFTC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규정 제정이 결국 입법보다 더 오래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관 규정은 훗날 새 의장이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지만, 의회가 만든 법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수년간 명확한 연방 가이드라인 없이 운영해온 업계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대비책만으로도 규제 당국의 태도에 있어 의미 있는 변화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