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시장이 급격히 조여들고 있다. 더케베이시레터(The Kobeissi Letter)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익월물 계약은 9월물 선물 대비 최대 톤당 370달러 프리미엄에 거래됐다. 2021년 거래소가 긴급 개입에 나서야 했던 사재기 사태 이후 가장 넓은 한 달 스프레드다. 이 프리미엄은 트레이더들이 몇 달 뒤가 아니라 당장 인도받을 수 있는 구리를 확보하기 위해 역사적인 웃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뜻이다.
압박은 커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시장이 예의주시하는 현물-3개월물 스프레드는 톤당 434달러까지 벌어져 역시 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현물 구리 가격은 톤당 거의 1만 4500달러라는 사상 최고 수준에서 거래됐다. 거래소 데이터에 따르면 LME 창고 재고는 42거래일 연속 감소해, 2014년 이후 가장 긴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급을 한꺼번에 빨아들이는 여러 힘이 겹치고 있다. 세계 최대 구리·코발트 생산국 중 하나인 콩고민주공화국이 구리·코발트 정광 수출을 공식적으로 금지하면서 원료 공급원 자체가 좁아졌다. 동시에 트레이더들은 잠재적인 232조 관세를 앞두고 물량을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 또 중국 정부의 스크랩 구리 수입 단속으로 생긴 제련소 원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국으로 보내기 위해 LME 창고에서 금속을 빼내고 있다. 실시간 LME 구리 시세는 거래소의 구리 시장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1년의 재현, 다만 방아쇠는 다르다
이번 품귀는 흔한 공급 충격의 공식을 뒤집는다. 한 번의 극적인 사건이 재고를 고갈시킨 게 아니라, 수출 금지·관세발 물량 선점·스크랩 수입 단속이라는 여러 정책·물류 결정이 동시에 맞물리며 각각 독립적으로 LME 장부상 가용 금속을 줄여놓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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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트레이더를 넘어선 파장
구리는 EV 배선부터 전력망 인프라, 데이터센터 구축까지 전동화의 근간이 되는 원자재다. 이 정도 규모의 지속적인 프리미엄은 원자재 트레이딩 데스크와 거리가 먼 산업들로도 비용 상승 압력을 전이시키는 경향이 있다. 수출 금지와 관세 관련 흐름이 계속된다면, 이번 품귀는 즉각적인 공급 충격이 지나가며 진정됐던 2021년보다 더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