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창업자 창펑 자오(CZ)는 7월 28일 마닐라에서 열린 ASEAN 테크 서밋 대담에서 크립토 업계의 불법행위 이미지에 반박하며, 온체인 데이터를 보면 크립토의 불법행위 비율이 전통 금융 시스템보다 약 100배 낮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ASEAN 회원국 간 크립토 라이선스 상호 인정을 촉구하는 더 큰 제안의 일환으로 나왔다. CZ는 바이낸스가 자체적으로 다국가 컴플라이언스 개편을 단행한 이후 이러한 여권(passporting) 방식의 프레임워크를 계속 주장해왔다.

기저 데이터는 CZ가 언급한 정확한 배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주장 방향 자체는 대체로 뒷받침한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2023년 불법 거래가 전체 귀속 크립토 거래량의 약 0.14%를 차지했다고 추정했다. 이는 전년도 0.61%에서 낮아진 수치로, 이 회사는 연례 크립토 범죄 보고서를 통해 이 수치를 계속 추적해오고 있다. 반면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전통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불법행위 규모를 전 세계 GDP의 2~5% 수준으로 추정한다. 두 시스템이 워낙 다르게 측정되는 탓에 CZ가 언급한 정확한 비율을 콕 집어 확인하기는 어렵더라도, 비율로 따지면 한 자릿수를 훌쩍 넘는 격차인 셈이다.

CZ Says Crypto's Illegal Activity Rate Is 100x Lower Than Traditional Finance
Image via @WuBlockchain on X

여권 방식 프레임워크 제안

CZ의 근본적인 주장은 크립토의 이미지 자체를 방어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그 데이터를 동남아시아의 파편화된 라이선스 체계가 안고 있는 컴플라이언스 부담에 반박하는 근거로 쓰려는 데 가까웠다. 그가 설명한 여권 방식 모델에서는 ASEAN 한 국가에서 라이선스를 받은 크립토 기업이 다른 국가에서 완전히 새로운 신청서를 처음부터 다시 제출하는 대신 간소화된 승인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다만 개별 규제당국은 여전히 신청자를 심사하고 자국 조건을 부과할 권한을 유지한다. CZ는 현재 10개국에 걸쳐 조각조각 나뉜 라이선스 체계를, 데이터가 보여주는 크립토의 실제 위험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컴플라이언스 비용으로 규정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 갤럭시 리서치, 클래리티법 2026년 통과 확률 30%로 하향

새로운 규제 무대에 등장한 익숙한 주장

불법행위 비교 자체는 새로운 논리가 아니다. 업계 옹호자와 연구자들은 규제당국이 사기와 제재 회피에 크립토가 악용된다는 점을 더 엄격한 규제의 근거로 내세울 때마다, 수년째 여러 버전으로 이 주장을 반복해왔다. 이번에 눈여겨볼 대목은 무대 자체다. ASEAN 규제당국들은 지금 실시간으로 역내 라이선스 프레임워크를 만들어가고 있어, CZ의 데이터 기반 여권 제안이 미국에서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정책 요구로 다가온다. 미국에서는 이벤트 계약을 둘러싼 칼시(Kalshi)의 주별 소송전을 비롯해 관할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국경 간 라이선스 프레임워크 논의보다 규제 대화를 지배해왔다.

ASEAN 규제당국들이 CZ가 설명한 형태의 여권 방식을 실제로 받아들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제안은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성장의 주된 걸림돌로, 불법 금융 리스크를 정당성의 주된 걸림돌로 보던 기존 프레임을 뒤집으려는 올해 업계 전반의 흐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