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 시장이 성장 지표와는 좀처럼 맞아떨어지지 않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2년물 금리는 31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라, 2024년 초 마이너스 영역에서 무려 170bp 가까이 뛰었다. 5년물 금리 역시 자체 31년 최고치를 새로 썼다. 두 지표 모두 일본은행(BOJ)이 내년까지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짙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확신을 끌어올린 건 탄탄한 경제지표라기보다 중앙은행 내부에서 나온 인플레이션 우려 쪽에 가깝다. 이번 상승 랠리의 방아쇠는 BOJ가 7월 정책회의 “의견 요약”을 공개하면서 당겨졌다. 여러 정책위원이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를 언급하며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여지를 열어뒀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시장은 9월 회의에서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베팅을 한층 강화했다.

Japan's Bond Yields Hit 31-Year Highs as Q2 GDP Misses Fore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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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주지 않는 성장세

어색한 대목은 정작 일본 경제가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을 뒷받침할 만한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GDP는 연율 1.1% 성장에 그쳐 이코노미스트 전망치 2.0%를 크게 밑돌았고, 직전 분기의 상향 수정된 1.9% 성장에서도 뚜렷이 둔화됐다. 전 분기 대비로는 0.3% 성장에 머물러 이 역시 예상치 0.5%에 못 미쳤다. 민간 소비가 전 분기 대비 1.2% 줄어드는 등 소비 부진과 기업 투자 둔화가 가장 큰 타격을 입혔고, 수출만 0.5% 소폭 늘며 그나마 선방했다.

양쪽에서 압박받는 중앙은행

이런 조합은 BOJ를 곤란한 처지로 몰아넣는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긴축을 요구하는데 성장 지표는 신중론에 힘을 싣는다. 채권시장 가격 흐름을 보면 트레이더들은 일단 인플레이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GDP 부진에도 불구하고 커브 전반에서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가 이코노미스트 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7~9월 분기 평균 연율 성장률이 겨우 0.05%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2분기의 둔화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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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넘어선 파급력

일본 금리 상승의 무게감은 자국 채권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은 오랫동안 글로벌 자본의 주요 공급처 역할을 해왔다. 일본 투자자들은 저렴한 엔화 자금을 빌려 미 국채를 포함한 고수익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 역할을 수행해 왔다. 국내 금리가 오를수록 이런 차익거래의 매력은 떨어지고, 그에 따른 일본 자본 흐름의 변화는 글로벌 금리와 통화 시장 전반으로 파장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이번 사이클 내내 위험자산이 글로벌 유동성 여건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해왔는지를 감안하면, 크립토를 포함한 자산군 전반의 위험선호 흐름을 지켜보는 이들이라면 눈여겨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