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싸고 배상 요구를 주고받으면서 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5% 가까이 뛰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7.7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82.13달러로 마감했고, 두 유종 모두 4.9% 넘게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이 죽이고 중상을 입힌 모든 사람들”에 대해 이란이 배상하지 않는 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에 합의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유가가 급등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미국이 테헤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자체 요구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양측이 동시에 입장을 강경하게 굳히면서 단기 타결 가능성은 더 멀어졌고, 시장은 호르무즈 재개방이 지연될수록 원유 공급 리스크가 장기화할 것으로 읽었다.
워싱턴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이란과 “반쯤만 협상 중”이라고 말하며, 추가 공습보다는 기존 해상 봉쇄를 통해 테헤란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즉각적인 확전 없이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이 기조는 올해 초보다 미국의 협상력이 좁아졌다는 사실과 맞물려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략비축유(SPR)는 1983년 1월 이후 처음으로 3억 배럴 밑으로 떨어졌다. 이란이 앞서 호르무즈 수출을 봉쇄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1억7,200만 배럴 방출을 지시했고, 그 여파로 3월 중순 이후 약 1억1,600만 배럴이 줄어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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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비축유가 소진된 상황에서는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하더라도 워싱턴이 자체 비축유 방출로 대응할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다.
한편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과 이란이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양측이 같은 날 배상 문제를 놓고 강경한 공개 입장을 밝힌 것과는 다소 어긋나는 주장이다. 두 정부 중 어느 쪽도 파키스탄 측의 이런 설명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다.
현재로서는 배상 문제가 수개월째 이어져 온 협상의 당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바닥을 드러낸 미국의 비축유 상황은 협상이 길어질수록 판돈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추가적인 가격 충격이 닥친다면, 지난 40여 년 사이 그 어느 때보다 대응 여력이 줄어든 전략비축유가 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