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략석유비축유(SPR)가 1983년 1월 이후 처음으로 3억 배럴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주에만 610만 배럴이 추가로 빠지면서 2억 9,870만 배럴까지 줄었다. 인가 용량 7억 1,400만 배럴인 이 비축유는 이제 4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감소는 이란 전쟁으로 곧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이란 공격을 개시하기 전, 비축유는 약 4억 1,500만 배럴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을 제한하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억 7,200만 배럴 방출을 승인했고, 이 결정이 이후 몇 달간 완충 물량을 꾸준히 갉아먹어 왔다.

Industrial complex with tanks, factory, and wind turbines by water.
Photo by Julia Taubitz on Unsplash

어느 정도까지 얇아지면 위험한가

비축유의 안전 운영 인가 최소치는 약 7,000만 배럴이므로, 현재 수준이 역사적으로 낮다고는 해도 아직 운영상 위험 지점에 다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더 신경 쓰이는 대목은 감소 속도다. SPR은 2월 이후로만 약 1억 1,600만 배럴이 빠졌고, 이란 분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기 전에 지금과 비슷한 속도로 방출이 이어진다면 미국의 비상 완충 능력은 그보다 훨씬 빨리 압박받게 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데이터는 이 방출 추이를 전국 원유 재고 수준과 함께 추적하고 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 트럼프, 이란에 전쟁 배상 요구...유가 배럴당 82달러 돌파

다른 시대를 대비해 만든 비축분

SPR은 1973~74년 오일쇼크 이후 정확히 이런 유형의 공급 충격에 대비한 완충재로 만들어졌다. 이란 전쟁 기간 이를 본래 목적대로 사용한 것은 단기적으로 원유가 급등을 억누르는 데 효과가 있었다. 이번 주 배럴당 87달러를 뚫은 트럼프의 신규 배상 요구발 랠리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지금 방출하는 배럴 하나하나는 이란과의 긴장이 더 격화되거나, 비축유가 이만큼 고갈된 상태에서 별도의 공급 차질이 터질 경우 쓸 수 없는 물량이 된다. 6개월 전에 비해 미국 에너지 정책의 운신 폭이 훨씬 좁아졌다는 트레이드오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