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모스크바와 모스크바주, 쿠르스크주 일부 지역에서 비트코인 채굴과 채굴 풀 참여를 금지했다. 국내에서 채굴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한 곳에서 관련 사업이 끊긴 셈이다. 정부령 936호로 시행된 이번 조치는 7월 25일 서명, 7월 31일 공포를 거쳐 8월 15일부터 발효됐으며, 2032년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러시아 에너지부는 이번 조치를 전력망 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소모가 큰 채굴 시설이 지역 전력망에 계속 접속하면서 전력 공급 부족 위험이 커지는 만큼 연중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모스크바 전력망에서 채굴이 끌어다 쓰는 전력은 약 1기가와트에 달하며, 만약 방치했다면 채굴 관련 지역 데이터센터 용량은 2032년까지 3.6기가와트, 즉 지역 최대 수요의 약 17%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a bitcoin sitting on top of a c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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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시레이트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번 조치의 파장은 모스크바를 훌쩍 넘어선다. 러시아는 2026년 1분기 기준 약 175엑사해시(EH/s)를 기록해 전 세계 비트코인 연산력의 약 16.4%를 차지했고, 이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해시레이트인덱스의 2026년 3분기 히트맵은 러시아의 현재 비중을 이보다 더 높은 17.2%로 집계했는데, 지난 2년간 전국 단일 금지가 아니라 지역별로 단계적인 채굴 금지 조치를 이어온 나라가 이 정도 규모의 채굴 용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이번 모스크바 제한은 그 흐름의 최신 사례일 뿐이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총 13개 지역에서 채굴을 금지했고, 관련 조치가 시작된 이래 약 5만 명의 채굴 사업자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금지 조치들은 러시아가 2024년 등록 채굴을 공식 합법화한 이후 나온 것으로, 당시 러시아는 지역별로 제한을 두면서도 채굴 산업을 받아들이는 주요 경제국의 드문 사례로 잠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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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레이트는 어디로 향할까

지역 단위 채굴 금지는 해시레이트를 없애기보다 이전시키는 경향이 뚜렷하다. 2021년 중국이 전면적인 채굴 금지 조치를 시행했을 때 채굴업자들은 대거 미국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다름 아닌 지금 자국 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로 옮겨갔다. 분석가들은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 용량이 미국과 중앙아시아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카자흐스탄이 예전만큼 확실한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 나라는 해시레이트인덱스 집계 사상 처음으로 채굴 허브 상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이란은 연간 71% 급감하며 약 2엑사해시 수준의 바닥권에 머물러 있다.

러시아 당국은 채굴 정책을 제재 대응 전략과도 연결지어왔다.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서방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마련된 법 개정에 따라 러시아 기업들이 국내에서 채굴한 비트코인을 국제 결제에 활용해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모스크바 채굴 금지가 국내 에너지 정책 결정인 동시에 지정학적 결정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2년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주요 채굴기업 비트리버와 그 자회사 10곳도 이번에 영향을 받는 모스크바 지역 사업자에 포함돼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미치는 의미

이 정도 규모의 변화가 비트코인 난이도를 하룻밤 사이에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 채굴업자들은 대개 단속이 본격화되기 전 장비를 이전할 수 있는 몇 달의 유예 기간을 갖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의 약 175엑사해시 중 상당 부분이 재배치되는 속도보다 빠르게 오프라인으로 전환된다면, 네트워크 난이도 조정이 뒤따라잡을 때까지 다른 지역 채굴업자들에게 일시적인 수익성 개선 효과를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