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AI 지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기업 카드와 지출관리 데이터를 추적하는 램프(Ramp)의 AI 인덱스에 따르면, 미국 상위 1% 기업은 7월 한 달간 직원 1인당 중앙값 7400달러를 AI 도구에 쏟아부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10% 기업의 직원당 지출은 650달러에 그쳤고, 램프가 추적하는 전체 기업의 중앙값은 11.95달러에 불과했다. AI 지출이 가장 많은 기업과 평균적인 기업 사이의 격차가 무려 680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런 쏠림 현상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다. 2024년 초만 해도 상위 1% 기업조차 직원 1인당 월 AI 지출이 1000달러를 밑돌았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 이 상위 그룹의 지출은 세 배 넘게 뛰었고, 7월에는 전월 대비 직원당 14.1% 증가했다. 이미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는 지표치고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Top 1% of US Firms Now Spend $7,400 Per Employee Monthly on AI
Image via @KobeissiLetter on X

고르게 퍼지지 않는 AI 투자, 격차만 벌어진다

이 정도 격차라면 AI 도입이 미국 기업 전반에 고르게 퍼지고 있다기보다는, 이미 대규모 투자에 나선 소수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램프의 데이터를 보면 상위권 기업들은 하나의 공급사에 지출을 몰아주기보다 여러 최전선 AI 모델과 플랫폼에 분산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작업 성격에 따라 값비싼 최상위 모델과 저렴한 오픈소스 대안을 섞어 쓰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전략을 쓰려면 단순히 AI 구독 하나 등록하는 것보다 훨씬 정교한 내부 도구와 노하우가 필요하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 글로벌 주식형 펀드, 12주 연속 자금 유입 행진

월 7400달러라는 금액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평균 총보수(월 약 1만6000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현재 수준이 아니라 증가 속도다. 최근 한 엔비디아 임원은 일부 AI 집약적 기업의 경우 이미 컴퓨팅 비용이 인건비를 넘어섰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금의 증가 속도가 유지된다면, AI 지출 쏠림이 심화 국면을 지나 확산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에 이 기준선을 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오르고 내리는 AI 비용 곡선

이번 지출 집중 데이터는 또 다른 흐름과 대비해 볼 만하다. AI를 가장 많이 쓰는 기업들의 사용 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공급업체 간 가격 경쟁으로 AI 모델 접근의 토큰당 단가는 오히려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단가는 낮아지는데 상위권 기업들의 총지출은 늘어나는 이 조합은, 건당 비용이 오른 게 아니라 사용량 자체가 크게 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상위 1% 기업의 AI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진짜 이유는 사용량 확대에 있다는 뜻이다.